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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로펌] 목소리 기부, 무료 법률상담 법무법인의 사회공헌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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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 회원들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들려줄 구연동화를 녹음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옥 전 부장검사, 차동민 전 서울고검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오종남 전 통계청장, 김병일 전 공정위 사무처장. [사진 김앤장]

“아저씨가 돼지 오줌보를 휙- 던졌어요. 슛~, 골인!” 국회의원 선거날이었던 올해 4월 13일, 서울 강남의 한 녹음실에서 목영준(61) 전 헌법재판관과 차동민(57) 전 대검 차장 등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5명이 평소 목소리와 달리 억양과 강세를 넣어가며 책을 읽어갔다. 이들의 손에는 동화책 ‘돼지 오줌보 축구’가 들려있었다. 축구선수가 꿈인 명수가 시장에서 돼지오줌보를 얻어와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통해 순박하고 정겨운 놀이문화를 보여주는 내용의 동화다.

다문화가정 자녀 위한 동화책 녹음
한센인 인권문제 다루는 법률봉사
세미나 통한 환경 분야 공익활동도

이날 모임은 김앤장 사회공헌위원회(위원장 목영준)가 진행하고 있는 ‘동화 낭독 목소리 기부 프로젝트’를 위한 거였다. 일명 ‘담뿍이’ 프로그램으로, 책(Book)에 목소리를 담는다는 의미다. 이후 김앤장 자원봉사 모임인 ‘김앤장 프렌즈(K&C Friends)’를 중심으로 변호사와 임직원 등 30여 명이 14권의 동화 낭독 목소리 기부에 참여했다.

이 활동은 김앤장이 운영하는 ‘다문화여성 법률아카데미’ 참여 학부모 중 아직 한국어에 서툰 부모들이 “자녀에게 우리 동화를 제대로 들려줄 수 없어 아쉽다”는 고충을 토로한 걸 듣고 착안됐다. 목 위원장은 “ 받는 사람이 만족하는 일이어야 진정한 사회공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자기 영역에서 잘 할 수 있는 봉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동화 낭독 프로그램은 다문화여성 법률아카데미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여성 법률아카데미는 2014년 8월부터 충북 음성에서 시작된 법률교육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아카데미를 수료한 다문화여성은 200명에 달하며, 올해는 서울 각 자치구별로 지역을 확대해 활동하고 있다.

법무법인 충정은 환경 분야에서의 사회공헌을 모색하고 있다. 이 로펌은 지난달 10년째 환경부 고문변호사를 연임하고 있는 손창열(58) 변호사를 주축으로 환경팀을 발족했다. 손 변호사는 “환경 문제는 일반 시민들에게도 주요 이슈로 성장하고 있는 만큼 각종 세미나와 강연 등을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소송 관련 공익활동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충정은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위 ‘갑-을 관계’ 문제나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충에 대한 자문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내년 2월에는 전략적 업무제휴를 맺고 있는 영국 로펌 버드 앤 버드(Bird & Bird)의 전문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국제 프랜차이즈 세미나도 열 계획이다.

다른 로펌들도 사회공헌활동에 힘쏟고 있다. 지난 6월 서울고법 민사30부는 한센인(나병환자) 139명이 국가를 상대로 강제 단종·낙태 행위 등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제기한 소송의 5차 변론기일을 전남 고흥군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었다. 한센인들 단종·낙태 피해의 실상을 현지에서 파악하려는 취지였다. 이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곳이 법무법인 화우다. 이 로펌은 2003년부터 한센인 인권 문제와 관련해 일본 법원과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왔다. 지금까지 500명 넘는 한센인이 보상 판정을 받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올해 1월 ‘제4회 변호사 공익대상’에서 화우에 단체부문 대상을 수여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009년 공익법률 활동을 하기 위해 비영리 법인 ‘동천’을 만들었다. 동천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전국푸드뱅크 같은 비영리단체들을 위한 법률문제 상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탈북민·이주외국인·장애인 등을 위한 법률 지원 서비스는 물론 난민들까지 돕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시리아 남성 19명이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대상으로 난민불회부결정취소소송을 제기해 승소 에 한 몫 했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법무법인 율촌이 돋보인다. ‘2013 평창 동계 스페셜 올림픽대회’를 시작으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 하계 유니버시아드’ 등에 법률 자문을 지원했다.

‘2017 FIFA 20세 월드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자문 활동도 할 계획이다. 법무법인 광장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될 뻔한 박태환(27) 선수를 위해 법률지원활동을 벌였다. 박 선수가 이중처벌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고 법원에 ‘국가대표 선발규정 결격 사유 부존재 확인 가처분 신청’을 내 국가대표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법무법인 세종은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을 통해 공익에 기여하고 있다. 1만명이 넘는 ‘코피노’(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낳은 자녀)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코피노프로젝트팀’을 구성해 한국 아버지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법률 지원에 나서고 있다.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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