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절정의 순간들|인어공주" 집념의 2연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어는 물을 떠났으나 그녀가 남긴 희열과 감동의 드라머는 세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86아시안게임 수영 2관왕 최윤희 (19). 일본과 중공, 양대 수영 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녀가 건져낸 2개의 금메달은 한국수영의 자존심을 살려준 것이자 「인간승리」 의 선언이기도 했다.
일본의 라이벌 「세키도」 의 맹렬한 추적을 끝끝내 뿌리치고 배영1백 2백m 아시안게임 2연패를 이루는 순간 최윤희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LA수영유학에서 실패하고 군살이 잔뜩 찐 몸으로 귀국, 이후 1년6개월 동안 처절한 재기의 몸부림을 처 왔던 최윤희, 마침내 영광의 정점에 서서 뿌린 눈물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시안게임 직후 최윤희는 영화 및 CF 출연교섭이 쇄도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했다.
아리따운 용모와 화려한 명성, 소설적인 인생스토리가 상업적 요소와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 그러나 본인과 가족의 완강한 거절로 최근 들어서는 잠잠해졌다.
그리고 최윤희는 이제 친구들과 어울려 「미팅」도 하고 떡볶이도 즐기는 평범한 대학생 (연세대 체육과1년)으로 돌아갔다.
얼마 전에는 학기말 시험도 끝냈고 석 달간의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모든 것이 만족스런 가운데 유일하게 불평이 있다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 행동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
최윤희가 「모든 것」 을 얻고 미련 없이 풀을 떠난 반면 한국 수영계는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됐다.
아시아권에서도 낙후되어 있는 한국 수영은 그 동안 1명의 특출한 스타에 의해 그런 대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70년대 조오련 ,80년대 최윤희 등이 바로 그런 케이스.
「탄생된 스타」 에 의존하기보다「스타를 탄생」 시키는 노력이야말로 한국 수영계가 앞으로 해결해야할 숙제다.

<김동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