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행기가 싫어요"김포공항테러…엄마·아빠 함께 잃은 김연진양 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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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포공항 폭탄테러사건으로 아빠 김봉덕씨(42·전남서울병원 마취과장)와 엄마 옥금숙씨 (33)등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자신도 중상을 입었던 김연진양(9·서울신천국교2년)이 입원 86일만인 8일 상오10시 서울석촌동 남서울병원에서 퇴원했다.
아직도 불편한 오른쪽 다리에 보조기를 찬채 큰아버지 김병학신부(51·서울역촌동성당주임)와 할머니(72)의 손을 잡고 병원문을 나서던 연진양은 병원장 김봉태씨(54)와 간호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돌아가신 엄마·아빠생각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부모의 사망사실을 모른채『내가 빨리 나아야 엄마·아빠를 간호해 드릴텐데…』라고해 주위사람들을 울렸던 연진양이 부모님이 숨진 사실을 안것은 퇴원결정이 내려진 지난 주말.
큰아버지 김신부가 가족회의끝에 『아빠·엄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고 알려주자 연진양은 한동안 눈물을 글썽이더니 이내 울음을 참느라고 이를 악물었다고 주위사람들은 전했다.
연진양은 사고당시 위·대장·양쪽다리에 파편이 박혀 발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중상을 입었고 수술후유증으로 급성췌장염까지 얻었으나 한달전부터 호전돼 현재 다리기프스를 풀고 오른쪽다리에만 보조기를 차고 있으나 보행에 큰 불편은 없는 상태. 곧 이 보조기마저풀고 정상보행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
2∼3일뒤 연진양은 할아버지 김연회씨(76·부산시동래구장전3동631)를 따라 부산으로 내려가 삼촌·고모등과 함께 생활하기로 돼있으며 부산금정국민학교로 전학할 예정.
이때문에 연진양은 퇴원직후인 8일 하오 자신이 다니던 신천국민학교로 찾아가 그동안 문병와준 급우·담임선생님에게 감사인사와 함께 작별의 정도 나누었다.
부산에는 연진양이『더 이상 비행기는 싫다』고해 기차를 이용해 내려갈 예정.
한편 연진양의 아버지 김봉덕씨가 근무하던 남서울병원 원장 김씨는 지난10월말『부모를 잃은 연진양이 훌륭한 사회인이 될 때까지 돕자』고 동료의사들에게 호소, 서울중소병원장회(회장 김광태대림성모병원장)에서는 연진양에게 4백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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