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보존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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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금산사 화재사건은 우리나라의 문화재 보존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한눈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지난번 독립기념관 화재 때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들이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는가를 묻고, 이를 계기로 문화재 보존 정책에 일대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다.
그런데 불과 6개월도 못되어 백제문화권에 위치한 금산사의 대적광전과 오백나한을 비롯한 5, 6점의 보물급 문화재를 또 불길에 잃고 말았다.
당시 금산사는 문화재 보존 당국에 의해 실측이 진행되고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귀중한 문화재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불교 미술품이 많은 우리나라 문화재의 대부분은 목조건물이거나 그 건물 안에 보존돼 있다. 그래서 착화성 및 연소성이 높아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국보를 비롯한 지정문화재 가운데 80%이상이 바로 이런 화재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문화재에 손상을 주는 것은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비나 바람, 기후 등 자연에 의한 마모, 변질, 노후현상은 오늘날 발달된 보존과학으로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위적인 손실이다.
이번 금산사의 경우는 아직 발화경위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방화건 실화건 간에 인간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가지 유의할 점은 이번에 소실된 대적광전 옆에 있던 국보 62호 미륵전은 방화의 흔적이 역연한데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방연제를 입혔기 때문이다.
문화재 관리국은 지난 9월부터 중요문화재 방화대책 5개년 계획(86∼90년)을 마련하고 전국 시·도와 전기안전공사, 현지 소방서 등 관계기관의 합동으로 국가 지정문화재 7백26점, 시·도 지정문화재 7백25점, 문화재 자료 5백78점등 도합 2천29점에 대해 소화시설, 전기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다.
관리국은 이들 문화재중 1차적으로 국보·보물 및 사적 등 목조의 국가지정 문화재에 대해 소화시설 설치와 방연제 처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소화전의 경우는 국보 19점 대상 중 14점, 보물1백10점 대상 중 22점만 설치했을 뿐 사적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방연제의 경우는 전체 대상 2백15점 중 1백26점이 「방화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87년도 예산은 1억8천만원 밖에 책정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적광전도 진작 방연제 처리를 했더라면 이같은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문화재는 한번 손상을 보면 다시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유한한 민족의 재산이다.
따라서 문화재 보존에 드는 경제적 부담과 노력에는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대형건물 신축에 앞서 보존에 더 많은 노력파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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