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마비 치료 화장품' 노인상대 910억 원 판매 사기 일당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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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판매업체 금고에 보관 중인 현금뭉치 [사진 경기 수원중부경찰서]

안면마비 초기 증상에 완화 효과가 있는 화장품인 것처럼 속여 노인 등으로부터 수백억원을 챙긴 다단계 판매방식 사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A 화장품그룹 대표 박모(55)씨를 구속하고, 이 업체 부회장 이모(52·여)씨 등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박씨 등은 2013년 2월부터 최근까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서 방문판매 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들이 제조한 7종 화장품 세트를 1만8440명에게 판매해 91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겉으로는 얼굴 피부관리 전문 화장품 회사였지만 경찰수사 결과 방문판매 사기업체로 파악됐다. 박씨 등은 중견배우 W씨를 모델로 기용해 ‘화장품 사용만으로 성형을 했냐’는 질문을 받는 ‘청담동 화장법’으로 과대 홍보해 세트당 42만3000원인 고가의 화장품을 판매해왔다. 특히 안면마비(구안와사) 초기 증상 해결과 사각턱 교정가능, 여드름 완전 치료 등 허위홍보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과장·허위 홍보에 현혹돼 본인이 직접 구매하거나 다단계 방식을 통해 일정액을 판매할 경우 직급,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투자·판매자를 관리하거나 모집했다. 5단계 중 차상위와 최상위 직급자 110여 명의 경우 본인 구입액과 판매액이 각각 1억9800만원, 10억 원이었다. 박씨 등은 직급별로 회사 매출의 일부를 연금 형식으로 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켜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가 판매한 제품은 미국 FDA인증도 받았다고 홍보했지만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장품의 성분검사를 의뢰했다.

피해자 상당수는 노인이고, 수억 원을 투자했다 환불받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이혼까지 한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가의 화장품 등을 판매하면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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