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초석다진 「종교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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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일 새벽 입적한 숭산 박길진 원광대총장은 오늘의 원불교를 있게한 초석을 다진 장본인이며 원광대를 설립, 단과대학에서 오늘의 우수한 종합대학으로 키워온 교육계의 공로자다.
원불교 교조 소태산 박중빈대종사의 장남으로 신흥종교에서 흔히 있는 혈연적인 교권세습을 넘보지않고 원불교사상을 체계화하는 학구적 길을 걸으며 교단 발전을 뒷바라지 해왔다.
단사상의 체계화와 육영사업에 뜻을 둔 숭산은 대학졸업후 잠시 교단의 직책을 맡기도 했지만 51년 원광초급대를 세우면서부터 본격적인 종교학자겸 교육자의 길을 시작했다.
한문에 밝은 그는 동양사상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불교경전에도 해박해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으로 『팔만대장경』을 국역하기도 했다.
원사상의 체계화를 이룬 저술은 『대종경강의』 『일원상과 인간의 관계』 『서양의 원사상』 등을 손꼽을수 있다.
그가 원불교에서 가졌던 마지막 직책은 교단 최고의결기관인 수위단의 단원.
원불교를 대표할만한 충분한 자질과 지도력을 갖추었으면서도 그 이상의 교단 직책은 완강히 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숭산의 이같은 태도는 원불교의 교단민주체제를 확립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m77㎝의 훤칠한 장신에 원불교 교리를 대표하는 일원상의 상징같은 원만한 성품을 지닌 숭산은 국내외의 각종 종교·교육단체에서 중책을 맡아 큰활약을 하면서 신생종교인 원불교를 「정통민족종교」의 대열에 진입시키는데 절대적 공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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