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비혼모=부도덕' 편견 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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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엄마를 ‘비혼모(非婚母)’라고 부릅니다. 부정적 뉘앙스가 강한 ‘미혼모’ 대신입니다.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 비혼모로 사는 건 ‘죄인’ 느낌이라는 게 상당수 당사자들 얘기입니다. 왜 비혼모가 됐는지 삐딱한 시선으로 도덕적 잣대부터 들이대는 사회 분위기 탓이 클 테지요. 예전엔 혼외 임신을 하면 낙태나 입양으로 해결하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그나마 요즘 비혼모들은 스스로 아이를 낳아 기르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입니다.

한국의 비혼모는 지난해 기준 2만4000여명에 이릅니다. 이제 사회적으로 ‘비혼모 끌어안기’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출산 해법의 일환으로라도 말입니다. 출산율 1.98명으로 OECD 최고 수준인 프랑스의 혼외 출산 비율이 56.7%인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가족수당, 취업과 보육 혜택 등 정부 지원만으로 비혼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가 되지는 않을 터입니다. 어떤 형태의 가정에서든,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소중하게 키워야 할 ‘우리 아이들’이란 인식 변화가 먼저일 듯싶습니다.

개헌론 족쇄가 풀리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논의를 전격 제안한 데 따른 것입니다. 그간 박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개헌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던 터라 야당 일각에선 ‘국면전환용’이라며 의심의 눈으로 사태를 보고 있습니다. 최순실 의혹 등을 덮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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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선제를 담은 현행 헌법은 1987년 국민 합의로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권력 집중’ 문제도 해소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꼽힙니다. 개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요구인 셈이지요. 박 대통령 제안의 진짜 의도를 계속 따지는 건 무의미해 보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헌법을 제대로 고민하고 논의하는 계기가 되느냐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사회 공동체를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건 결국 책임 있는 시민들이란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세부과제의 하나로 ‘세계시민교육’을 채택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오늘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40여개국 장차관과 교수,국제기구 종사자 등 300여명이 모여 세계 첫 세계시민교육 국제회의를 여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기부해 이웃과 지역 사회를 살기 좋게 만드는 ‘매력시민’이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후변화와 난민 사태 등 지구적 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세계 시민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 세계시민교육의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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