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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동서남북』 「드러난 마각-부동산 사기」초점 흐린 고발 프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고발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발대상을 정확히 포착해내는 작업이다. 이같은 명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지만 고발대상이 익명성과 복합성을 띠고 있을 경우 어떤것을 가장 중요한 고발대상으로 삼느냐하는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KBS제2TV의 『카메라 동서남북』이 30일 밤 방영한 「드러난 마각-부동산사기」는 바로 이같은 고발대상의 초점을 놓친 좋은 예인것 같다.
『드러난 마각…』은 지난달 14일 검거된6 대규모 부동산 사기단사건을 소재로 삼아 서울신림동 S씨 부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행(1년여전 산집의 문서가 허위문서였다)을 소급추적, 멀쩡한 땅이 어떤 수법을 통해 주인도 모르는 사이 허위 매매되는지를 심층적으로 파헤쳐 준 유익한 프로그램.
그러나 『드러난 마각…』은 사기행각의 경로를 추적해 여러가지「마각」들을 들춰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 마각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는데 그친 결과로 시청자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사회적 공분을 토로하는 도덕 프로그램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사기 대처방안 역시 시청자들과 일선공무원들의 주의력을 환기시키고 사기집단들의 양심에 호소하는등 맥풀린 계몽차원에 주저앉아 고발프로의 성격을 반감시켰다.
예컨대 사기행각 추적과정에서 잠시 소개된 「전국에 땅을 2평씩 사놓고 인감한통에 1만원씩을 받아 팔아 넘기는 보증용 인감증명 상습 매매인들과 사법서사들간의 결과적 공생관계」를 고발의 초점으로 삼았더라면 구체적 대안까지 제시할수 있는 힘있는 고발프로가 됐을 것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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