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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표현력 길러 주관식 대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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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 대입제도 시행과 함께 대학입시에서 학력의 주관식 평가가 7년만에 부활된다. 객관식 고사로만 치러오다 입시에 주관식 고사가 등장, 수험생으로서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문제지 속에 제시된 답지(답지)중에서 정답을 고르는 정도의 준비를 하면 되던 입시공부는 자신이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공부를 함께 해야됐기 때문이다. 객관식과는 달리 주관식 문제에서는 요행으로 정답을 맞힐 수 있다는 기대는 할 수 없다.
내용을 확실히 알아야 하고, 표현을 정확히 할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따라서 공부를 객관식에서보다는 훨씬 많이 해야 하게됐다. 어렴풋이 알고는 정담을 써낼수 없는 것이 주관식고사의 특징이다.
어떤 문체에서나 주관식으로 출제되는 문제의 정답은 완벽한 이해와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을 요구한다. 따라서 결론만 암기하거나 역산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고사 준비방법만으로는 좋은 점수를 얻기 어렵다.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사고의 과정을 정리, 필기하면서 자기 나름으로 정답을 기술해보는 공부가 중요하다고 출제관계 교수들은 충고한다.
과정은 제쳐두고 결론만 암기하려던 학습방법은 과정을 통해 결론을 찾아내는 학습방법으로 바꿔야 된다는 것이다.
주·객관식 문제를 혼합 출제한다는 원칙만 정했을 뿐 주관식문제의 구성비나 형태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다만 현재 지침을 마련중인 문교부의 검토 방향은 당장 88학년도의 경우, 주관식의 비중을 전체적으로 10%선에서 조정하고, 논술형보다는 단답형이나 완성형으로 출제해 그 충격을 최소한으로 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쪽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과목별로는 주관식의 비중이 객관식보다 클 수도 있고, 특히 수학의 경우는 풀이과정을 보기위해 객관식을 배제할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당장 88학년도부터 시행이 가능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문교부는 대학에 과목은 물론, 문항별 가중치 적용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대학에 따라서는 주관식문항에 높은 배점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험생은 이점에 유의, 주관식으로 출제될 때에 대비해야 한다.
일선교사들의 충고를 들어본다.
◇학습방법=『지금까지는 영어의 경우 표현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필기도구 없이 읽고 이해하는 수업에 그쳤다』는 윤재식 교사(서울고)는 『이제 처음에는 관계사나 어휘·술어 등이 단답형이나 완성형 등으로 출제되다가 점차 영어작문 등으로 발전될것에 대비, 실제로 써보고 표현해보는 수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학에서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공식을 암기하고, 답지를 이용, 역산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객관식 준비는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임덕순 교사(서울구로고)는 『지금부터는 공식의 암기가 아니라 공식의 도출 과정, 적용방법을 알아야 하고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준비가 필요해졌다』고 했다.
김정남 교사는 『이 같은 학습방법의 전환은 모든 교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국어에서는 특히 표현해 보는 학습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교과운영=새 대입제도로 대학별고사가 실시되지만 문제는 중앙교육평가원이 출제하고 고사과목 또한 9개로 현재와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 과목별, 또는 문항별 배점이 달라질 경우 새로운 양상이 나타날 것은 틀림없다.
『현행제도에서는 선택과목에 의해 교과 파행운영 현상이 주로 나타났으나 앞으로는 그 이외에도 가중치 과목에 따라 서울대반·연-고대반등으로 나뉘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일선고교는 이에 따라 학생들의 다양한 과목별 입시준비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을 지로 고심하고 있다.
◇면접·구술고사 지도=새로 채택된 면접·구술고사는 아직 세부요강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일선고교는 큰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교사들은 『우선은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질문 패턴에 한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나 점차 응시자의 전공분야테스트로 옮겨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의 면접·구술고사 지도는 질문의 기본패턴을 알려주고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방법과 교사가 질문하고 학생이 답변하는 연습도 해야된다.
◇학습평가=고교교실의 객관식 일변도 방식에도 주관식이 도입될 수밖에 없다.
『내신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우선은 단답형 주관식 문제로 평가하고 점차 주관식 평가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것이 일선고교의 계획이다. <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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