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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일반고?특목고가 한 교실에… ‘교육과정 클러스터’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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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경·윤종서

최근 한 지역 안에서 가까운 고등학교 간에 교육과정과 교과목 프로그램을 서로 공유하고 활용하며 학생의 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가 주목받고 있다. 학생들에게 과목에 대한 흥미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과선택의 기회를 제공해 적성파악 및 진로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는 2012년 처음 도입될 당시 소수의 학교들만 참여했다. 하지만 2016년에는 특목고와 특성화고를 포함한 136개교 159과목이 개설될 만큼 학교들의 참여가 증가했다.

교육과정 클러스터는 단위학교와 지역사회의 특성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지면서 지역의 학생들이 저마다의 경쟁력을 가질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또한 내신과 수능점수에 맞춘 진학이 아닌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고, 그 활동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수시 비중이 높아진 대입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고양국제고는 올 2016년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고양국제고 도서관 글숲마루에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중산고 2학년 학생 5명, 고양국제고 1학년 학생 7명이 참여하고 있다. ‘과제연구-사회’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고양국제고의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중산고와 고양국제고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의 ‘과제연구-사회’ 수업은 여타 고등학교 수업과는 조금 다르다. 이 수업은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진행하는 학교 중, 일반고와 특목고가 처음으로 수업을 공유한 사례다. 그래서 최근 '함께 하는 배움수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명확한 주제를 가진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주제부터 결론까지 탐구해보는 ‘소논문 작성 수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지난 1학기 동안 학생들은 관심있는 주제를 설문조사, 문헌조사 등을 통해 탐구한 후 각자의 소논문을 하나씩 완성했다.

이날 ‘과제연구-사회’ 수업이 열리는 고양국제고 도서관 글숲마루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2학기부터 수강생들이 소논문을 쓰는데 도움을 줄 대학생 멘토링이 계획된 수업이었기 때문이다. 멘토는 수강생들의 주제와 관련된 경영학·정치외교학· 언론학·교육학·사회복지학·사회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으로 구성되었다.

고양국제고 글숲마루에서 수강생들이 대학생 멘토와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고 있다.

고양국제고 글숲마루에서 수강생들이 대학생 멘토와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수강생들은 멘토와 이야기하며 소논문 주제를 확장시켰고, 자료 수집 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으며 방향을 더욱 구체화했다.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수강하는 김부곤(중산고 2), 이수진(고양국제고 1)을 만나 인터뷰를 해보았다.

김부곤(중산고 2·왼쪽), 이수진(고양국제고 1)

김부곤(중산고 2·왼쪽), 이수진(고양국제고 1)

-‘교육과정 클러스터, 과제연구-사회’ 수업을 지난 한 학기 동안 수강하셨는데, 어떤 점이 도움 되었나요.
(이수진) "처음에는 피곤한 토요일 아침에 서네시간씩 이야기하는 게 부담될 때가 많았어요. 특히 시험이 가까워졌는데도 논문을 써야 한다는 게 너무 걱정됐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시험과 관계없이 제가 하고 싶은 주제를 찾아 직접 탐구했다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시험 공부 보다는 의미있는 활동이라 논문을 끝내고 기뻤어요.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김부곤) "사실 특목고는 논문수업을 많이 하지만 일반고는 논문을 써 볼 기회가 흔치 않아요. 따로 수업이 편성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논문 쓸 시간적 여유의 차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 대학교에 가면 훨씬 더 학술적인 논문을 써야할 텐데 도움이 될만한 경험을 미리 한 게 정말 가치있는 것 같아요. 관심 분야에서 자신만의 견해를 밝힐 수 있다는 것이 클러스터 수업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2학기 클러스터 수업이 지난 학기와는 달리 대학생의 멘토링과정이 진행된 첫 수업이라고 들었어요. 바뀐 형태의 수업은 어땠나요.
(김부곤) "1학기에는 교수님과 함께 논문형식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서만 많이 배웠다면, 2학기부터는 배경지식을 채우고 확장시키는데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혼자서만 주제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게 배우고 있는 대학생 멘토와 대화하면서 논문을 쓰기 위한 배경 지식을 채울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이수진) "1학기에는 대학교 교수님이 지도해주셨는데요. 그때는 논문 쓰는 방법, 글쓰는 방법을 주로 배워서인지 직접 저희가 궁금한 주제를 탐구해 논문으로 풀어내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오늘 만난 대학생 멘토는 저희와 비슷한 배경에서 논문을 쓰다 보니 바쁜 학생의 입장을 배려해주어서 연구하기에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 멘토가 두 명만 맡아 멘토링하고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 지 시간 계산하는 걸 도와줘 제 주제에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오늘 구체화한 논문 주제는 무엇인가요.
(이수진) "저는 2학기동안 ‘진로교육의 접근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볼 예정인데요. 학교에서 진행되는 현 사회의 진로교육이 프로그램이 쌍방향적이지 않고 일방향적이어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멘토링 중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도서관’을 떠올렸어요. 도서관은 청소년들이 진로에 대한 정보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잖아요. 도서관에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의 활용성을 높여 진로교육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보려고 합니다."

(김부곤) "저는 요즘 제가 느낀 ‘정치효율의 감소’라는 우리나라 정치 문제의 해결 방안을 연구해 보고 싶었어요. 각 정당이 이익실현을 위해서 투쟁하는 동안 많은 안건들이 사라져갔거든요. 이렇게 정치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조선시대의 붕당정치와 특정 부분에서는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붕당정치 시절, 조선이 문제점을 해결해나간 모습과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을 연관지어서 해결방안을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소논문을 작성하는 수업 외에도 수강생들은 함께 명사들의 특강을 듣고, DMZ의 생태환경을 통해 제언할 수 있는 정책들을 모색하는 캠프를 진행하는 등 ‘함께 하는 배움수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학생중심, 현장중심 교육을 지향하는 경기도교육청이 당초 ‘교육과정 클러스터’를 추진한 이유 중 하나는 ‘학생들의 다양한 진로 수요와 대입체제 변화에 대비’ 하기 위함이었다. 학생들의 대학 입시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는 방법을 확장시키는 것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교육과정 클러스터’가 앞으로 풀어나가야할 과제다.

교육의 성인 공자는 "알려고 애쓰지 않거든 가르쳐 주지 말고, 표현하지 못해 더듬거리지 않거든 가르쳐 주지 말라"고 하며 자발적인 학습을 강조했다. 어쩌면 ‘학교’라는 담을 허물고 학생들 스스로에게 배우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교육과정 클러스터’ 수업이 진정한 배움의 모습은 아닐까.

글=유나경·윤종서, 사진=유나경(경기 고양국제고 1)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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