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와 징·꽹과리, 피아노와 가야금 등 국악과 서양음악이 만난다|이질적인 동-서 협연무대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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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국악과 서양음악의 만남. 이러한 두 이질적 음악의 교류가 최근 활발히 이루어져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던져주고 있다. 창작국악의 새로운 방향모색과 서양음악의 한국적 수용에 의미와 가치를 두고 시도되는 이러한 동·서 음악의 접합은 오케스트라와 징·꽹과리·장구·북의 협연, 피아노와 아쟁, 가야금과 첼로·바이얼린·비올라의 하머니 및 가야금의 찬송가 연주 등으로 이루어져있다
29일 하오7시 호암아트홀에서 시도되는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에는 아쟁과 가야금연주자인 백인영씨(KBS민속합주단 단원)가 최동선 작곡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아쟁과 피아노(임동창)의 협연으로 들려준다.
또한 『가야금과 현악4중주를 위한 단산조』는 가야금과 바이얼린I·Ⅱ, 비올라, 첼로(김은미·최은주·고령희·이종현)의 화음으로 이루어진다.
찬송가 및 교회음악을 가야금에 싣는 문재숙씨의 독주회(29일 하오7시)는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실시되는데 황병기(이대교수) 이성천(서울대교수) 나인곡(연대교수) 나운예(목원대교수) 씨 등이 작곡 및 편곡한 7곡이 소개된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마음이 가난한 사람』 『구원의 기쁨』등이 그것.
또 12월12일에는 KBS국악관현악단이 『시편150편』 『곧 오소서 임마누엘』 등의 찬송가를 편곡(이상규)해 연주회(하오7시 경동교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밖에 28일 KBS교향악단이 리틀엔젤스예술회관에서 가진 정기연주회에서도 현대음악작곡가로 알려진 박준상 교수(중앙대)의 작품 『교향시, 한국』이 국내 초연(국내에서만) 됐는데 사물놀이에 사용되는 악기인 꽹과리·징·북·장구 연주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연주는 지난해 KBS교향악단의 일본순회공연 때 소개돼 득특한 리듬과 분위기로 화제가 됐었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해 한만영 교수(서울대)는 『서양음악 테크닉의 전수에 급급했던 우리음악계에도 이제 그 본질을 수용, 한국적으로 재창조하는 능력이 생긴 것』이라면서 『아직은 음색이 생소하나 동서음악의 접합은 충분히 긍정적인 가능성이 인정된다』고 얘기한다.
또한 한명희 교수(서울시립대)는 『학문적이고 논리성이 강하며 융통성(?) 없는 서양음악과 감성적이며 유희성이 진한 국악의 접목은 시도될만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 『그러나 악기혼용의 물리적 결합이 아닌 이질적인 요소의 용해로 생명력 있는 제3의 음악을 잉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한다. <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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