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에는 팔지 마라" …의료기기 업체 압박한 의사단체에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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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에 초음파 진단기를 팔지 못하게 하고, 혈액검사도 해주지 못하도록 업체들을 압박한 의사단체들이 경쟁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대한의사협회ㆍ전국의사총연합ㆍ대한의원협회 등 3개 단체에 시정명령을 하고, 11억3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2009년1월부터 2012년5월까지 GE헬스케어에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사에게 팔지 말도록 강요하고 감시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공문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GE헬스케어는 한의사와의 거래를 중단하고 계약 파기에 따른 손실도 부담해야했다.

의사 단체들은 진단검사기관도 압박했다. 대한의사협회는 2011년7월 주요 진단검사기관들에 한의사의 혈액검사 요청에 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어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도 한국필의료재단, 녹십자의료재단 등을 상대로 압박에 나섰고, 이들 업체들은 결국 한의사와 거래를 중단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행법상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구입은 불법이 아니며 학술ㆍ임상 연구를 목적으로 일반 한의원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이다. 또 한의사는 직접 혈액검사를 하거나 혈액검사를 위탁해 진료에 활용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이들 단체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불공정거래행위 중 ‘거래거절 강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의료전문가 집단이 경쟁사업자인 한의사를 퇴출시킬 목적으로 의료기기 판매업체와 진단검사기관들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제약한 것”이라면서“이번 제재로 한방치료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혈액검사를 받기 위해 병ㆍ의원을 따로 방문하는 수고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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