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시골마을에 17층 아파트 웬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완공되면 교통체증은 물론 일조.조망권 침해가 뻔한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됩니다."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 일대 주민들이 마을 한복판(옛 서일직물 자리)에 착공될 ㈜태왕 아파트 신축을 반대하고 나섰다.

태왕아파트는 10~17층짜리 6개동 3백21세대로 지난달 25일 달성군청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너비 6m의 진입도로는 12m로 넓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건축허가 뒤인 지난 16일 천내리 주민 40여명은 달성군청을 항의 방문해 건축허가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군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최근에는 달서구 유천동 태왕 모델하우스에 수시로 몰려가 신축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교통이 혼잡한 천내리 일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며 "군청 등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천내리를 통과하는 국도 5호선의 화원삼거리 일대는 상습 정체구간이다.

주민 대표 이상용(40)씨는 "4~5층으로 이뤄진 마을 한복판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완공 뒤 일조.조망권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한 것 아니냐"고 신축 반대 이유를 밝혔다.

주민들은 공사때 발생할 소음.분진 등도 우려하고 있다.

아파트의 주변도로가 너비 6~10m로 좁고 주변에는 3층의 단독주택과 4~5층의 빌라.아파트가 들어서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공사 강행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신축 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투쟁도 벌일 방침이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태왕 측은 착공을 미루고 있다.

이에 대해 달성군 관계자는 "건축법상 아파트 허가에 하자가 없다"며 "주민들과 태왕 측의 협상을 중재하겠다"고 말했다.

태왕 관계자는 "민원을 예상해 최고 22층과 3백%까지 가능한 건물 층수와 용적률을 17층과 2백%로 낮춰 허가받았다"며 "주민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해명했다.

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