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과거 동성애 처벌받은 남성 수천명 사후 사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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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동성애로 처벌받았던 영국인 남성 수천명이 사후(死後) 사면을 받았다.

영국 법무부는 20일(현지시간) 과거에는 범죄였지만 지금은 죄가 되지 않는 동성애로 기소된 이들을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법무부는 이번 사면 대상에 이미 사망한 이들도 포함하기 위해 지난 2013년에 마련된 이른바 ‘앨런 튜링 법’을 준용했다.

튜링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독한 영국의 수학자로 유명하다.

튜링은 1951년 동성애 행위로 체포된 후 화학적 거세 치료 등의 논란 속에 1954년에 자살하고 말았다. 그는 사망한 지 거의 60년이 흐른 지난 2013년에 ‘튜링 법’에 의해 영국 왕실로부터 사후 사면을 받았다.

샘 지이마 법무부 차관은 “지금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닌 역사적 성범죄자들을 사면하는 엄청나게 중요한 조치”라고 의미 부여했다.

영국은 21세 이상 남성 간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을 1967년에 폐기했다. 법 폐기 전까지는 약 4만5000명이 기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1974년에 동성애로 기소된 조지 몬타뉴는 이날 “사면을 받아들이면 범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나는 오직 잘못된 시대에 잘못된 곳에 있었다는 게 유죄일 뿐”이라며 사면이 아니라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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