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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보디빌딩, 게임, 클라이밍…국가대표급 선수 모인 일반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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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베인글로리’ 한국 대표 프로게이머 김태훈(T4SA), 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 선수 이가희, 2016 미스터코리아 고등부(-60㎏) 우승자 심재윤. 전혀 다른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 청소년 선수들은 각각 다른 경기복을 입지만 등교할 때의 교복은 똑같다. 이들은 모두 같은 학교, 서울 화곡동 한광고 학생들이다.

학교장 선발 후기고교인 한광고는 일반고보다 중학교 때 학업 성적이 비교적 낮은 학생들이 모인다. 교육 매체 베리타스알파가 학교알리미 자료를 바탕으로 실시한 4년제 대학 진학률 조사(2016학년도)에 따르면 한광고는 서울 일반고 중 가장 낮은 4년제 대학 진학률을 보였다.

그러나 학업 성적이 학교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한광고는 프라모델·목공·보컬트레이닝 등을 정규 수업으로 운영해 ‘놀면서 수업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체육중점학급을 운영하면서 e스포츠 종목을 반영해 ‘게임 수업’이 있는 학교로도 유명하다. 이 같은 방법으로 학생들이 진로 개발과 학업에 열의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비주류 종목도 학업과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한광고를 선택해 진학하는 학생 선수들도 생겼다.

세 명의 선수들은 이러한 운영의 결실들이다. 이들은 ‘공부 못하는 학교’라는 선입견을 넘어 '자신의 뜻대로 노력할 수 있는 학교'라 알려지길 원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선수 이가희(1학년)

이가희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운동을 시작해 현재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 경기도 수원에 살던 그는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려고 한광고를 지원했다.

“체고를 갈까 생각도 했는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할 수 있는 학교를 원해서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한광고에서 나온 학교 홍보를 접했고, 부모님과 상의해서 결정했죠. 지금은 제 주변 선수들에게도 우리 학교로 오라고 추천해요. 강압적이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제공=이가희]

[사진제공=이가희]

학교를 선택한 이유에서 나타나듯,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운동이 끝나고 밤 10시30분에 집에 들어가면 11시부터 교과 공부를 시작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아니면 1시까지 공부하고 잠자리에 든다. 인터넷 강의도 듣고, 영어와 수학만큼은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학교에선 학생회 활동도 하고 있다.

“중학교 선생님은 저를 절대 한광고로 보낼 수 없다고 말렸어요. 그때도 제가 공부는 좀 했거든요. 그런데 여기가 오히려 다른 학교보다 치열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어서 좋아요. 운동을 쉬는 날엔 바로 독서실로 가고, 대회 준비할 때도 영어 공부는 계속 해요. 운동선수에게 영어는 생명입니다! 세계대회 나갈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진학은 공부보단 운동으로 인정받아서 하고 싶어요.”

보디빌더 심재윤(3학년)

심재윤 학생은 올해 참가한 2016미스터서울 -65㎏ 1위, 전국대회 미스터코리아 -60㎏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국내 고등부 보디빌딩 대회에서 손꼽히는 선수지만 입학할 때부터 보디빌딩을 하려고 이 학교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다. 학업 성적에 자신이 없어서 한광고를 선택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보디빌딩이라는 진로를 찾았다.

“중학교 때 성적이 많이 안 좋았어요. 그땐 태권도를 했는데 체육중점학급으로 진학했던 건 아니었어요. 그냥 학교를 다니다가 운동을 해보려고 체육반으로 옮겼고, 그때 전학 온 친구의 영향으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사진제공=개근질닷컴 http://www.ggjil.com]

[사진제공=개근질닷컴 http://www.ggjil.com]

그는 운동을 시작할 때의 심정을 “공부로는 아니다 싶었고, 이거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이었다”고 돌아봤다. ‘공부로는 아니었던’ 그는 현재 학교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학생 중 한 명이다. 지난 13일 폐막한 제97최 전국체전에 참가할 때에는 정구훈 한광고 교장이 직접 따라가 응원하기도 했다.

“사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스스로 몸이 만들어지는 걸 보니까 견디면서 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다이어트 때문에 머리가 안 돌아가는지 공부는 어려운데, 학교에서 엄청 잘해주세요. 교장선생님은 대회에 오셔서 용돈도 주셨어요. 하하.”

심재윤 학생은 대학 진학보다는 대회를 계속 나가면서 전문 트레이너가 될 준비를 하는 진로를 생각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전문대 진학 정도는 염두에 두고 있다.

프로게이머 김태훈(2학년)

김태훈 학생은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올해 1학기에 서울로 올라온 전학생이다. 본격적으로 프로게이머를 시작하면서 학업을 이어가고자 한광고를 선택했다. ‘ACE Gaming’팀 소속으로 모바일 게임인 ‘베인글로리’ 종목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처음 참가한 한국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세계대회까지 출전했다. 그는 첫 대회 이후 부모님의 권유로 프로게이머 진로를 결정했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선 3~4등급이었어요. 거기는 일반 인문계 중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학교였거든요. 지금은 그때보단 공부 부담이 덜하죠. 이 학교에선 e스포츠도 종목으로 인정해주고 신경 써줘요. 아마 고등학생 게이머 중에 저처럼 학교에서 도와주고 관심 가져주는 선수는 없을 것 같아요.”

[사진제공= ACE gaming 팀]

[사진제공= ACE gaming 팀]

지난 5월 베인글로리인터내셔널? 프리미어리그에 참가한 ACE팀의 김태훈 학생(가운데). [사진=

지난 5월 베인글로리인터내셔널? 프리미어리그에 참가한 ACE팀의 김태훈 학생(가운데). [사진='VIPL 시즌 3' 캡처, OGN]

모바일 AOS 게임인 베인글로리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유명한 게임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LOL(리그오브레전드)보다 인기가 많다. ‘T4S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김태훈 학생은 국내 최상위급 선수로 꼽힌다. 그는 세계대회 우승과 중국 프로무대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학은 현재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부모님은 진학을 원하시고, 저도 가면 좋긴 하겠지만 일단은 중국에 프로게이머로 진출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는 건 아니에요. 수업시간엔 열심히 들어요. 게임을 질리도록 하니까 게임만 하면 졸리고, 오히려 공부하려고 앉으면 쌩쌩해져요.”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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