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제 정치권서 풀어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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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야 총무가 말하는 경색정국 처방
정국의 가치성이 거의 상실된 가운데 제도 정치권은 위축된 모습으로나마 출구를 모색하느라 바쁘다.
대표 회담 가능성이 높아지고 헌특 재개논의도 활발하다.
여야가 현 정국을 어떻게 진단하며, 또 이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민정·신민당 총무의 대담을 통해 알아본다.
비교적 무거운 분위기에서 두 총무는 서로 자극을 피하려는 듯 우회적인 표현으로 자기들의 생각을 설명해 나갔다.
▲ 이한동 민정당 총무 = 국민의 여망인 합의 개헌을 한다고 구성된 개현 특위가 몇달째 중단된 상태에 있는데다 최근에는 위기설까지 나돌아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습니다.
▲ 김현규 신민당 총무 =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국회가 정치의 주체가 되지못하고 객체의 입장에 서있다는 점이죠.
▲ 이총무 = 다른 분야는 모두 선진화 되어가는데 유독 정치만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때마다 얼굴이 붉어집니다.
▲ 김총무 = 그동안 지식인·학원·노동계의 다양한 정치적 주장을 집권층이 수용하지 못한게 중요한 원인이 아닐까요.
▲ 이총무 = 우리도 88년초의 평화적 정권 교체 후 현 대통령이 스스로 청와대를 물러나는 장면이 보도되면 정치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겠죠.
이런 의미에서 현재 나돌고 있는 위기설이라는 것은 과거의 얼룩진 헌정사가 뇌리에 박혀있다보니 「이런 상황이면 이랬다」라는 단순 사고에서 나온 유언비어라고 확신합니다.
▲ 김총무 = 어쨌거나 관건은 정치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어나가야 한다는 엄연한 명제가 지켜져 나갈 것이냐는 거죠.
그렇게 안되면 어느 권에서 해결할것이냐….
위기설이라는 것도이런 측면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 이총무 = 좋은 말씀입니다.
의회주의의 룰을 지키고, 힘보다는 대화와 토론과 타협으로 국경을 논할 수 있다면 다 잘되어나가겠죠.
▲ 김총무 = 그러나 이번 민통련 해산·건대 사태 등을 보면 여권이「대화」보다는 「힘」에 역점을 두겠다는 것 아닙니까.
▲ 이총무 = 12대들어 신민당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정치를 해왔다고 보는데요.
그러나 김총무가 합리적 성품의 소유자이니까 대화정치가 이루어 질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읏음)
▲ 김총무 = 애초에 힘을 사용한것은 여권이 아닙니까.
그러니 여기에 대처하는 야당의 방법이 무엇이겠습니까.
▲ 이총무 = 개현특위에는 안들어오실 겁니까.
▲ 김총무 = 물론 여당도「민주화」를 하겠다고 나서고 었으니 일단 「민주화」에 대한 합의는 이루어졌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실천의지가 개헌합의 전보다도 잘안보이고 오히려 강압정치로 해결하려고 나오는게 문제죠.
▲ 이총무 = 대통령 직선제만이 민주화라고 주장하는 신민당의 태도에는 정말 회의가 감니다.
우리보고 민주화의지를 밝히라고 하는데 우리가 제안한 의원 내각제야말로 민주화 의지를 극명하게 대변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김총무 = 그러니 우리가 선택적 국민 투표제를 제시한거죠. 서로 국민의 지지를 받고있다고 하니 국민에게 물어보자는 게 타당한 논리가 아닙니까.
▲ 이총무 = 개헌특위를 구성하자고 요구한 측이 신민당이니 구성당시의 기본정신으로 돌아가 즉각 헌특을 가동시키고 여기서 개헌에 관련된 모든 문제를 논의하는게 순서가 아닐까요.
▲ 김총무 = 지난해 예산 파동때나 유성환의원 파동때 우리가 겪었지만 헌특도 민정당이 의원 내각제를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장이 된다면 우리는 들러리 역할은 할 수 없다는 거죠.
▲ 이총무 = 그렇다면 개헌특위를 떠나서 「다른 방법」으로 개헌을 하겠다는 겁니까.
양측의 시안을 놓고 개헌 특위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게 개헌특위 발족의 기본정신인만큼 조건없이 복귀해야한다고 봅니다.
▲ 김 총무 = 문제는 국민의 염원을 도외시하고 당리당략의 차원에서「해결」한다면 그것은 타협이 아니라 야합이 된다는거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헌법을 만들겠다는 자세를 여당이 갖고있어야 합니다.
▲ 이총무 = 우리의 의원내각 제안은 전국에서 공청회 등을 갖고 작성된 것입니다.
어쨌든 당리당략을 떠나 민주정치의 정착을 위한 첫걸음으로서 헌특을 재개해서 합의 개헌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합시다.
▲ 김총무 = 우선 국가를 안정시켜야한다는 차원에서 합의 개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런데 민정당은 개헌통과의석을 규합,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킬 계획이십니까.
▲ 이총무 = 지금은 여야 합의개헌을 위해 노력해야할 때가 아닙니까.
▲ 김총무 = 민정당이 의석 몇 개 더 있다고 여야간 합의없이 통과시킨다면 그때의 파국은 개헌이전보다 심각한 양상을 띨겁니다.
▲ 이총무 = 개헌이 언제 어떻게 될지를 전망하기에는 매우 힘든 여건이지만 희망을 잃지말고 합의 개헌이 되도록 노력해야죠.
▲ 김총무 = 현 난국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대표회담, 나아가 영수회담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 이총무 = 대표회담은 『필요하다면 한다』는게 우리 기본방침이고, 그것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성과가 있어야되지 않겠어요.
▲ 김총무 = 그 성과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대표회담 등을 제의한 것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으니 정치인들이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차원입니다.
▲ 이총무 = 대표회담이건 총무회담이건 모든 대화채널을 통한 여야 접촉이 이루어져 현특이 재개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 김총무 = 대화문제에 있어 민정당에 주지시키고 싶은 것은 우리가 현정권을 합헌적인 대화상대로 선택하고 있는 만큼 그쪽도 신민당의 「실체」를 인정해야한다는 점입니다.
신민당에서 두 김씨의 영향력은 누구도 무시 못하고 있는데 그쪽이 이들과의 대화를 기피하다보니 「대화한다」고「소리」만 무성했지 실효가 없었잖아요.
▲ 이총무 = 그러나 우리는 정당이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점에서 신민당을 실세라고 보고 있습니다.
▲ 김총무 = 학생운동을 보는 정부·여당과 야당간의 시각 정리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당 학원특위가 밝힌바 있지만 이번 건대사태때만 보아도 정부발표와 학생주장간에는 차이가 많아요.
▲ 이총무 = 어쨌거나 문제는 「용공·좌경」이라는게 존재한다고 전제했을 때 신민당의 태도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 김총무 = 그것은 물론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정말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해야겠다는 자세를 정치권이 갖고 있어야죠.
▲ 이총무 = 고도 산업사회로의 전환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다양한 계층의 정치적 욕구를 정치가 제도권내에서 수용하지 못해 온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김총무 = 학생들 주장의 주류는 아직까지「반독재·반외세」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여당이 민주화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이 부분과 관련, 수용할 수 있는 것은 수용하겠다는 의지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 이총무 = 그 이전에 옥석을 가려서 좌경·용공은 단호하게 대응을 해야한다는 데에 초당적인 합의가 있어야 할겁니다.
▲ 김총무 = 유성환 의원은 언제나 석방시킬 겁니까.
▲ 이총무 = 그 문제는 처음부터 국기에 관련된 것으로 정당간 협상차원은 넘어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예산안처리는 정상적으로 되겠죠.
▲ 김총무 = 우리는 국민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삭감투쟁은 우리가 표방하고 있는 민주화운동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총무 = 그러니까 꼭 정치현안과 연계시키지는 않겠다는 얘기죠.
▲ 김총무 = …….
▲ 이총무 = 이제 이번 정기국회도 30여일밖에 안남았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에게 희망을 준다는 명분에서 신민당은 헌특에 무조건 들어와 합의개헌문제도 논의하고 나머지 정치 일정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 김총무 = 이제는 어느 정권도 물리력만 갖고는 통치를 할 수 없다는 상황이라는 것을 여야가 잘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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