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유로 위장수입한 경유에 등유 섞어 제조·판매한 일당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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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만ℓ의 ‘가짜 경유’를 제조해 수도권 지역 주유소 등에 판매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이 같은 가짜 경유 제조수법은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최모(50)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송모(55)씨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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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서 정제유로 위장수입된 경유가 옮겨지는 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최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올 3월까지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에서 경유를 난방·산업용 기름인 정제유로 속여 수입한 후 등유·바이오디젤 등을 섞은 가짜경유 615만ℓ(72억 원 상당)를 제조해 경기도와 인천·충남·경북 등 전국 12개 주유소에 판매·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폐유·폐윤활유 등을 재활용한 정제유의 경우 ℓ당 530원의 각종 세금이 붙는 경유와 달리 저가에 수입이 가능하고, 통관절차가 까다롭지 않다는 점을 노려 서류상 무역회사 3곳을 차린 후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육안으로 이뤄지는 세관당국의 정제유 표본검사를 피하기 위해 노란색을 띤 수입 경유를 시커먼 정제유처럼 보이도록 검은색 연로를 첨가하기도 했다.

앞서 최씨는 등유와 경유를 혼합하는 방법으로 가짜 경유 209만ℓ(38억원 상당)를 제조·판매해오다 지난해 6월 주유소가 단속되자 위장수입을 결정했다.

최씨 일당은 위장수입한 경유를 울산 등지의 폐유 정제업체 2곳에서 보관해오다 임차한 폐주유소로 옮긴 뒤 이곳에서 식별제가 제거된 등유와 바이오디젤·경유 등이 혼합된 가짜 경유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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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된 경유에 등유 등을 섞는 가짜 경유 제조모습.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이들은 특수 여과장치를 거쳐 등유 혼합여부를 가리는 식별제를 제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정부는 등유와 경유가 섞인 가짜 경유 제조를 막기 위해 간이검사만으로 등유 혼합여부 확인이 바로 가능한 식별제를 등유에 일정 비율로 첨가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국석유관리원의 단속을 피하려고 석유 성분분석기 결과 값에 따라 위장수입 경유에 등유 등 다른 원료를 특정 비율로 섞기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등은 이렇게 만든 가짜 경유를 전국 9개 주유소에 ℓ당 700원에 판매하거나 바지사장을 내세운 주유소 3곳에서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ℓ 당 1100원에 직접 판매하기도 했다.

경기남부청 홍석원 광역수사대장은 “가짜 경유는 차량고장을 일으켜 고속주행 중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불완전 연소로 대기환경을 오염시킨다”며 “가짜 석유 제조판매상들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피의자들이 탈루한 세금 등 범죄수익금을 환수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2014년 7월부터 1년간 가짜 석유제품 유통으로 인한 탈세액은 1조4000억원 규모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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