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불교미술 걸작 ‘수월관음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윤동한 회장이 17일 수월관음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오른쪽은 이영훈 박물관장. [사진 박종근 기자]

“그림에 생명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스스로 한국에 왔으면 하는 그런 운명이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
국내 5점뿐…오늘부터 일반 공개

윤동한(69)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은 고려불화의 생명력을 거듭 내세웠다. “제가 한 일이라기보다 그림 자체가 제자리를 찾아온 셈”이라며 쑥스러워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윤 회장이 이영훈 중앙박물관장에게 ‘수월관음도’ 한 점을 기증하는 자리가 열렸다.

“6~7년 전 프랑스 파리 기메박물관 한국관에서 ‘수월관음도’를 처음 봤습니다. 당시 해설사가 한국 중앙박물관에도 없는 그림이라고 했어요. 기분이 묘했습니다. 자존심이 상한 거죠. 올 봄 일본에 있는 ‘수월관음도’ 한 점이 국내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우연히 듣고 재일동포 소장자로부터 구입하게 됐습니다. ”

고려불화는 청자와 함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화려한 색채와 유려한 곡선으로 고려 불교미술의 백미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수월관음도’는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육안으로 분간하기 힘든 섬세하고 치밀한 표현이 압권이다. 불경 『화엄경(華嚴經)』에서 선재동자가 관음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모습을 담고 있다.

전세계에 160여 점 있는 고려불화 가운데 ‘수월관음도’는 대략 46점이 남아 있으며, 그중 국내에는 5점이 있다. 대부분 보물로 지정돼 있다. 중앙박물관은 이번에 처음으로 ‘수월관음도’를 보유하게 됐다.

윤 회장은 1990년 화장품·의약품 제조업체인 한국콜마를 세웠다. 대웅제약 부사장도 지냈다.

14세기에 제작돼 조선시대 일본에 건너간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수월관음도’는 가로 63㎝, 세로 172㎝ 크기다. 중앙박물관 정명희 연구관은 “다른 ‘수월관음도’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고려불화의 특징과 개성이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18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중앙박물관에서 일반 공개된다.

글=박정호 문화전문기자 jhlogos@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