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 총액 규제"에 대기업 비상|공정 거래법 내년 개정 앞두고 대책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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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개나 매각 처분>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대기업 그룹들의 계열사 주식 지분이 앞으로 5년 안에 적지 않은 지각 변동을 일으키게 된다.
상호 출자를 금지하고 출자 총액을 제한(순자산의 40%까지) 하는 새로운 공정 거래법이 내년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법 시행에 따른 정리 과정에서 대기업 그룹의 일류 계열사들은 신주 공모를 통해 공개 될수도 있고, 매각 처분될 수도 있다.
또 이미 공개된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계열사의 지분 주식이 대량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수도 있다.

<충격 최소화에 골몰>
30대 대기업 그룹의 재무팀들은 요즘 거의 예외 없이 사실상 준비상 사태에 들어가 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분 분포를 파악한 뒤 새로운 법 규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충격을 최소화하고 기업 이익은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어려운 「큐빅」게임을 풀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마다 상황의 심각함이 다르긴 해도 모 대기업은 한국 개발 연구원(KDI)에서 전문인력을 스카웃 해 회장실 직속의 특별팀까지 만들었는가 하면 또 어떤 그룹은 총수가 직접 밤늦게까지 뛰어다니며 대책마련의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최근 동서 증권이 7대그룹(삼성·현대·대우·럭키 금성·선경·쌍룡·한국화약)의 상장사 만을 대상으로 분석한 85년 말 현재의 출자 한도 초과 총액은 모두 1천7백88억원 규모. 여기다가 상호 출자가 훨씬 많은 비상장사까지 합치면 문제는 훨씬 복잡하게된다.

<코오롱 등 문제 없어>
그룹별로 사정을 들여다보면 현대와 대우가 각각 한 두 건씩의 큰 현안이 걸려있고 삼성과 럭키 금성은 비교적 문제가 적은 편.
한일 합섬·코오롱·동양 나일론·대한 전선 등은 그 간의 사내 유보가 워낙 든든하거나아니면 문제되는 계열 기업을 일지감치 처분한 덕에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계열사 중 현대중공업·현대 상선 등이 한도를 넘어 각계열사에 초과 출자한 것이 꽤 있는 반면 현대 자동차·현대 미포 조선 등은 더 출자할 수 있는 여유가 남아있는 상태.
이중 문제가 가장 크게 걸려있는 것은 현대 중공업으로 최근 결정된 바에 따라 현대 종합제철 (광양 제2제철 참여를 바라고 세웠던 지주 회사)을 홉수 합병한다 해도 상당액의 타회사 출자분을 더 처리해야만 한다.
매년 이익 잉여금을 사내에 유보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풀 수도 있겠지만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를 계속 하기 위해서는 무작정 이익 잉여금을 유보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 결국 현대 중공업의 공개를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관계 당국자의 분석이다.

<대우 조선 예외 인정>
대우그룹은 (주)대우가 대우 조선과 대우 자동차에 출자한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대우조선 건은 이번 공정 거래법에서 예외로 인정함에 따라 큰 짐을 덜게됐다.
이 같은 예외인정은 애초 김우중 회장이 부실한 대우 조선을 맡은 것부터가 정부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어서「결자해지」의 논리가 적용된 케이스다.
그러나 (주)대우가 GM과 반반씩 출자하고 있는 대우 자동차의 경우는 초과 출자 규모도 상당할 뿐 아니라 합작 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아직은 해결 방안이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로서는 ▲GM과 합의, 현재의 지분율 (50%씩)을 동등하게 떨어뜨리면서 기업을 공개하거나▲합작을 위한 지주회사를 새로 만들면서 대우 계열사들이 골고루 나누어 출자하는 방법▲(주)대우의 잉여금을 계속 사내 유보시키는 방법 ▲그룹 계열사 중 일부를 매각하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사전 분산으로 여유>
삼성 그룹과 럭키 금성 그룹은 계열사끼리 한도를 넘겨 출자했더라도 서로 엇갈리며 가능한 한 넓게 분산시켜 놓았기 때문에 현대나 대우와 같은 「큰 현안」은 없는 편이다.
다만 삼성의 경우 동방 생명이 삼성 중공업의 대주주인 것이 하나 걸린다.
새 법은 보험회사의 계열 내 출자에 대해 의결권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룹의 중공업에 대한 지배권을 현상대로 지키려면 동방생명의 출자분을 무엇으로든 대신 메워야한다.
럭키금성 그룹은 그룹 전체로 보면 그룹 내 계열사끼리의 출자에 아직도 다소의 여유가 있는 실정. <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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