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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새끼' '비추'…표절·비속어 투성이 최순실 딸의 이대 리포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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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

인터넷에 떠도는 대충 쓴 낙서 수준으로 보이는 이 문장은 어디에 나오는 것일까?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0)씨가 이화여대에 제출한 과제물(리포트)의 일부다. 정씨는 이 리포트를 내고도 3학점을 정상적으로 이수했다.

본지는 이화여자대학교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씨의 학사 관련 자료 중 정씨가 낸 리포트를 확인해봤다. 표절과 맞춤법을 무시한 비문 투성이였다. 대학생이 쓴 리포트라고 보기 힘들 정도였다.

정씨가 수강한 운동생리학 과목을 담당한 이모 교수에게 이메일로 제출한 '승마 선수에게 필요한 체력 요소'라는 리포트의 몇 구절을 보면 이렇다.

'승마선수는 말에 움직임에 ㄸ(아랫점)라 부드럽게 다라가고 대체를해야해서 유연성또한 아주 중요한 부분중 하나입니다. 운동전 몸을스트레칭하기에도 좋고 운동후 뭉 ㅊㄴ몸을풀기에도 좋습니다.'

'마장마술은 1시간의 몸풀기후 시합이 시자괴는데 이때체력적ㅇ로 받쳐주지못하면 시합을잘치르지못학됩니다. 좋은비구력을가지면 2 마리 3마리 경기를띌 수 있고 경험많은선수는 성장합니다 .'

기초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되어 있지 않았다. 마장마술의 기본 기술인 '숄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2011년에 한 인터넷 블로거가 용어를 설명하려고 올린 글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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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에 자꾸 기대를 말을 쉽게 풀어내는 방법' 중 '강하게 세우기'라는 기술을 소개하는 글에는 비속어와 욕설이 섞여있다. 기사의 첫 문장이 바로 그 설명이다.

담당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정씨에게 "잘 따라오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씨의 리포트 곳곳에 밑줄을 치고 보충설명을 하도록 하는 개인 첨삭지도를 했다. 하지만 일부 내용은 교수조차 이해하지 못해 무슨 말인지 되묻기도 했다.

'승마선수에게 필요한 체력 요소'라는 기말 과제는 근력·균형감·유연성·악력·지구력을 설명하는 내용과 사진이 부실했지만 이 것 역시 정상적인 과제물로 인정받아 학점을 이수했다.

정씨는 수업도 거의 출석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국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4월 중 정씨와 어머니가 방문해 면담을 실시할 때 독일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훈련에 대한 공문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해 받아 놓은 훈련 증빙자료는 없다"고 했다.

수업 출석 현황과 과제물이 모두 부실했는데도 정씨가 학점을 이수할 수 있던 근거는 정씨가 입학하기 전인 지난 해 9월 이대가 실기 우수학생들의 최종 성적을 최소 B학점 이상 주는 내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병욱 의원은 "평범한 학생들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특혜를 준 것"이라며 "일개 체육특기생에게 이렇게 과도한 특혜를 베푼 이유를 대학은 숨김 없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라씨가 제출한 리포트 주요 내용

"얘는 이미 F" 라더니…"이메일로 과제 받아 학점 인정"

다른 과목에서도 학생들도 이해할 수 없는 특혜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씨와 같은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정씨가 수업에 단 한번도 나오지 않고도 학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6일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의 한 신입생은 생활환경관 건물에 대자보를 붙였다. 이 학생은 '정유라씨와 같은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분반에 있던 학생'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과목을 담당했던 유모 교수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에서 이 학생은 "교수님께서는 정유라씨의 출석을 (수업) 초기에 계속 불렀다. 심지어 혹시 '체육과학부 정유라 아는 사람 있느냐?'고 묻기도 하셨고 '컬플(컬러플래닝과 디자인) 수강하고 싶은 애들도 많았는데 왜 이 학생은 수강신청을 해놓고 안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던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고 했다. "나중에는 자동 F에 이를 정도의 결석 횟수가 차서 '얘는 이미 F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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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의 신입생이 생활환경관 건물에 붙인 대자보.

해당 교수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이메일을 통해 정유라씨에게 직접 과제물을 받았고, 학점을 부여했다. 2개의 과제물을 제출한 뒤 되찾아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학생의 기억은 달랐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은 "2개의 과제물이라면 최종 포트폴리오와 포토북일텐데, 제발 가져와서 한 번 보여달라. 저는 제 과제를 찾기 위해 과제물함을 수없이 뒤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정유라'씨의 과제물을 본 적이 없다"며 "단 한번의 수업도 수강하지 않은 채로 그 모든 과제들을 도대체 어떻게 완성했느냐"고 되물었다.

정씨는 올해 1학기 의류산업학과에 개설된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과목을 수강했지만 국제 승마대회 출전을 이유로 수업에 출석하지 않고 3학점을 따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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