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사건으론 최대…건국대 시위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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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건국대점거농성사건은 3일 경찰이 연행학생을 무더기구속키로 함으로써 제2단계인 검찰의 기소과정이 주목되고있다.
당초 검·경찰등 수사기관에서는 이사건의 구호나 시위양상이 지금까지의 학생운동과는 달리 용공·좌경의식화 되어있고 농성과정에서 방화·기물파괴등 과격행위가 많다고 보아왔기 때문에 대량구속이 예상되기는 했으나 이처럼 많은 숫자가 한꺼번에 구속되기는 처음있는 일이다.
검·경찰은 무더기 연행된 학생들을 짧은 시일(48시간)에 옥석을 가릴수없어 대량구속이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변호사들은 수사편의를 위한 인신구속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대규모 학생시위사건에서 구속후 기소된학생보다 기소유예된 학생이 2배이상 많았던 사실은 수사기관이 인신구속이나 기소편의주의를 남용하는 것이며 무더기로 기소유예 처분한 뒤 마치 국가가 은전을 베푸는듯한 인식을 주는 것은 바람직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로 볼수 없다는 것.
구속자 수에서 최대규모를 기록한 이번 사건이 과연 검찰의 최종 기소단계에서 어느정도로 줄어들게 될지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검·경찰 입장=수사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구호·유인물등의 내용으로 보아 6·25를반미민족해방투쟁으로 규정하는 등 북괴의 주의·주장을 그대로 옮기고 있어 단순한 반정부차원을 넘어섰다고 보고「강경대처」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경찰은 특히 연행학생수가 워낙 많은데다 단순사건수사가 아니라 의식성향을 조사해야 하는등 수사에 어려움이 많아 일단 전원 구속해놓고 시간을 벌어 분류작업을 하든지 검찰로 송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안사건중에서도 학생의식화 관련부분은 전문가가 아니면 처리가 어려워 경찰단계에서 그 많은 학생을 제대로 선별하기도 힘들다는 것.
검찰도 이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경찰단계에서 기본골격수사를 충실히 해 가급적 구속자수를 줄였으면 하는 눈치.
이같은 검찰의 입장은 가능하면 업무를 줄인다는 단순한 목적외에도 구속자 수가 지나치게 많을경우 국민들에게 주는 충격, 부족한 수용시설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2월의 서울대연합시위사건때 검찰이 구속대상자를 극소수로 하려다 난처한 입장으로 몰린적이 있어 섣불리 구속범위를 줄이자는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
한 검찰관계자는 이밖에도 ▲그동안 학생사건에서 훈방·즉심에 넘겨진후 다시 시위에 가담하는 경우가 많았고 ▲단순가담자에게는 구속후 기소까지 한달가량의 구금기간으로 응징효과를 거둘수 있고 ▲이 기간중 국가관 교육등을 통해 선도효과를 거둘수 있다는등의 이유로 이번에는 대량구속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무더기 구속사례=지금까지는 지난2월4일 발생한 개헌서명운동을 주장한 서울대연합시위사건에서 15개대생 2백25명이 구속된 것이 단일시위사건으로는 최대기록이다.
이 사건으로 모두 2백52명(발생때 2백52명·추가검거36명)이 연행돼 그중 2백25명이 무더기 구속됐다가 검찰기소단계에서 87명이 구속기소되고 나머지 1백38명은 기소유예로 풀려났었다.
그 다음으로는 지난해11월18일의 민정당중앙정치연수원 점거농성사건과 관련해 14개대생1백93명이 구속된 것이 기록이다. 한달뒤 이둘중 81명이 구속기소되고 나머지1백12명은 기소유예처분됐다.
◇일본동경대사건=일본의경우 69년 발생한 동경대 야스다(안전)강당 점거사건과 관련, 5백17명이 무더기 기소된것이 최고.
동경대 급진파 대학생 1천4백여명이 강당을 점거, 이틀동안 농성을 벌이다 이틀만에 경찰에 의해 강제해산됐으나 농성과정에서 이를 말리는 교수를 거꾸로 매달아 폭행하고 동료학생들을 칼로찌르기까지 했던 것.
◇구속자 처리 적용법조=검찰은 이번 시위의 발단이된 「전국 반외세 반독재 애국학생투쟁연합」(「애학투」)을 그 성격상 이적단체로 규정, 조직간부·구성원들에게는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구성죄(제7조3항=l년이상의 유기징역)를 적용할 방침이다.
또 용공유인물 제작에 관여했거나 북괴의 주의·주장과 같은 내용의 구호를 외친 학생에게는 국가보안법상의 찬양고무죄(제7조1항, 5항=7년이하의 징역)를 적용한다는것.
이밖에 모든 학생에게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3년이상징역)과 집회 및 시위에관한 법률(3년이하징역)을 적용할 방침이며 개인별 혐의사실을 따져 형법상의 현주건조물방화(무기또는 5년이상 징역) 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무기또는 3년이상 징역)죄등을 적용키로 했다.
검찰은 구속자가 많기 때문에 주모자·유인물제작자·적극가담자등은 서울지검 공안부에서 맡고 나머지 학생은 시내 3개지청으로 송치토록 할 예정. 이때문에 지청으로 송치되는 학생중 상당수는 기소단계에서 풀려날것으로 보인다.<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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