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안하고 혼자 먼저 탈출한 버스기사 구속…유가족 “업체 책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명이 숨진 울산 언양 관광버스 화재 참사 당시 운전기사 이모(48)씨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버스를 탈출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울산 울주경찰서 수사본부는 16일 “운전기사 이씨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탈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불을 끄려고 운전석 뒤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핀을 빼려고 하니까 핀이 안 빠졌다"고 진술했다.

앞서 관광버스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생존자들은 운전기사 이씨가 가장 먼저 탈출한 사실을 증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번 사고 생존자 A씨는 “운전기사가 소화기로 창문을 깨고 제일 먼저 나간 뒤 앞쪽 승객들이 탈출했다”며 “운전기사는 탈출한 뒤에도 적극적으로 구호활동을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울산지법은 지난 15일 경찰이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해 신청에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16일 사고 원인에 대해 “타이어가 펑크 나 차체가 쏠리면서 방호벽을 들이받았다”고 말했던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울산으로 진입하려고 차선 변경을 하려 했다”며 자신의 과실 일부를 인정했다. 경찰은 이씨가 공사 구간 도로의 제한속도 80㎞를 넘어 100㎞ 이상으로 과속했고 언양분기점을 500m 앞둔 지점에서 무리한 끼어들기로 공사용 방호벽에 부딪혀 사고를 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해왔다.

경찰은 전날 울산 남구에 있는 사고 버스회사인 ㈜태화관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차량 운행일지, 버스 기사 안전교육 관련 자료, 차량 관리 기록 등이 담긴 문서와 컴퓨터 본체 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이 버스 기사 관리 및 차량 정비를 제대로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울산 관광버스 화재 참사 피해자 모임 진민철 대표는 “버스업체인 태화관광은 버스 관리 소홀, 안전 조치 미흡 등 참사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사고 발생 사흘이 지난 16일에야 가족의 시신을 처음 대면했다. 불에 탄 시신의 유전자(DNA)를 감식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사망자 10명의 시신은 울산 국화원에 안치됐고 합동분향소가 차려졌다. 경찰로부터 숨진 가족이 쓰던 휴대전화·목걸이·시계 등 유류품을 넘겨받은 유족들은 바닥에 쓰러져 오열했다.

울산=황선윤·최은경 기자 suyo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