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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구속에 구치소 모자라 걱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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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단일사건으론 최대>
○…건국대연합시위·농성사건에대한 구속자가 단일사건으론 최대규모에 이를 것으로 보이자 법원과 교도소당국은 벌써부터 걱정하는 눈치.
서울형사지법 한 관계자는『2학기들어 대규모 학생사건이 없어 연말을 조용히 넘기려나했더니 결국 터지고말았다』며 이사건 관련 학생들에대한 잇단 공판으로 겪어야할 곤욕에 걱정스런 표정.
법무부 교정국 관계자도『최근 시국관련 구속자가 1천명을 다시 넘어서면서 일부구치소가소란행위와 수용시설부족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량구속사태가 이어지면 골치가 더욱 아프게됐다』고 토로.

<2학기에 정체노출>
○…위장취업 대학생들을 중심으로한 「마르크스-레닌주의당」결성기도사건에 이어 건국대에서 벌어진 전국29개 대생들의 농성사태에서 북괴주장과 흡사한 구호들이 튀어나오자 검찰관계자들은『이래도 정부가 용공조작을 한다고 하겠느냐』고 한마디씩.
검찰의 한관계자는『학원가 용공의 뿌리는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미문화원농성사건때처럼「양키는 집으로 돌려보내져야한다」는 식으로 극히 우회적으로 표현해오다, 점차 수위를 높여오던중 이번 2학기들어 정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
검찰은 국가보안법이 너무많이 적용돼 진짜 좌경에 대한 처단의미가 모호해지고 있다는세간의 지적에 대해『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생존과 관계되는만큼「우려」만 있더라도 포괄적으로 적용해야한다』고 강조.

<연행과정에서 마찰>
○…검찰은 연행과정에서 다친 학생들이 상당수 두개골파열등 머리부분에 상처를 입은데대해『워낙 많은 학생을 연행하다 보니 마찰이 있었던것같다』며 당황한 표정.
검찰관계자들은 뒷머리부상으로 중태인것으로 알려진 서울대생 홍완기군(21·경영2)의 수술경과를 수시로 체크하는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3차례로 나눠 식사>
○…31일 하오 각 경찰서에 분산수용된 학생들은 사흘간 제대로 먹지못한 탓인지 경찰서측에서 제공한 빵·라면등 식사를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
관악경찰서의 경우 하오1시30분쯤 47명의 여학생들에게 구내식당에서 시켜온 밥과 국등을제공, 추위와 허기에 지쳤던 학생들이 서둘러 그릇을 모두 비웠으며 종로서는 연행학생이83명으로 비교적 많자 3차례에 나눠 지하 구내식당에서 라면과 밥을 먹인뒤 조사에 착수.

<전국대학 휴교령설도>
○…진압작전후 대학가와 시중에는『20여명이 맞아죽었다』『19명이 분신자살했다』는등악성 유언비어가 나돌아 흥분한 학생들이 전국 19개대학에서 격렬히 시위.
서울대에선 처음에는 사망자가 2명으로 알려졌다가 4명, 19명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도.
고대의 경우 강제진압이 학교에 알려진 직후 시간대별로 건대의 상황을 기록한「투쟁속보」가 나붙었으며「전국대학 휴교령설」까지 나돌아 교직원들까지 신문사에 확인전화를 거는등 소동.
이같은 헛소문과 관련, 이영창시경국장은 31일 하오6시 서둘러 기자회견을 자청,『진압작전으로 학생 42명이 부상했으나 사망자는 한명도없다』고 밝히고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말것을 당부.

<방독면 쓰고 조사받아>
○…연행학생들의 조사를 맡은 서울시내 각 경찰서는 진압과정에서 최루탄 냄새가 몸에 밴 학생들을 조사직전 내의만 입힌채 경찰서앞에서 겉옷을 벗어 털게 하는가하면 방독면과마스크를 쓰고 조사하는등 다양한 모습들.
관악경찰서는 연행학생들이 도착하자 러닝·팬티만 입힌채 건물밖에서 최루가스가 묻은 겉옷을 털게해 민원인들이 재채기와 콧물을 흘리는등 소동을 빚었으며 종로경찰서에서는 방독면을 쓴채 학생들을 분류·조사하는등 천태만상.

<"목욕간다" 빠져나와>
○…지난28일 건대집회에서 애학투위원장으로 선출돼 사실상 이번 농성사건을 주도한 고대생 김신군(22·정외3·제적)이 농성장에서 빠져나와 30일 하오10시쯤 고대학생회관 철야농성장에 모습을 나타내 경찰이 당황.
김군은 학생들이 경찰에밀려 건물점거 농성을 시작한30분쯤뒤인 29일하오4시쯤 본관건물을 빠져나와 행방을 감추었던것.
고대에 나타난 김군은『당시 건대 담을 넘어 학교주변 건물로 들어갔으나 경찰경비가 삼엄해 하룻밤을 잤다』며 『29일 새벽 운동복을 구해 갈아입고 목에 수건을 걸친뒤『목욕간다』며 경비경찰에게 인사까지 하며 빠져나왔다』고 도피경로를 설명.

<신문·방송화면등 모아>
○…건대측은 학생들의 점거농성이 끝나자 재단이사회를 열고 이번 농성사건이 건대 교사뿐 아니라 우리나라대학사에 기록될 대사건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비용이 얼마나 들든간에 기록으로 보존하자』고 의결.
학교측은 이에따라 비디오용역업체등에 의뢰, 농성현장 및 피해상황등을 비디오에 담기로 했으며 이번 사건을 보도한 신문 방송화면을 수집.
학교관계자는 60년대말 대학생들의 대규모 점거농성사건이 있었던 일본 동경대에서도 사건이후 학생들의 점거농성장으로 사용된 강당을 복구도 않은채 현재까지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며 이번사건의 기록보존 필요성을 역설.

<여경16명이 철야근무>
○…각 경찰서당 1백명정도씩 연행학생들이 분담이 되어 이들의 경비에도 부심.
서대문경찰서의 경우엔 특히 연행학생 1백2명중 여학생이 88명이나 되어 경비대책에 골머리.
결국 남학생은 형사계보호실에, 여학생들은 즉심보호실에 일단 수용하고 즉심보호실 내부경비는 여경들이 전담토록해 16명의 여경들도 때아닌 철야근무.
또 관내에 대학이 있는 경찰서들은 31일 건대진압후 각대학들이 일제히 동조시위를 벌이자 연행학생 수사하랴, 시위진압하랴 바빴는데 연대·이대등 관할대학 학생들이 항의집회와농성을 계속한 서대문경찰서는 이들 대학경비에 상당수의 인원이 차출되는 바람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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