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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문제의 심각성 바로보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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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찰의 진압으로 끝난 건국대연합시위 농성사건은 10월들어 잇따른 대학가 용공벽보사건에 이어 큰 충격을 주고있다.
전국 29개대「애학투」소속학생 1천5백여명이 농성을 하면서 해방후 민족진영과 대립해서 강대국의 신탁통치를 찬성했던 공산당의 행동을 지지하고「6·25를 민족해방투쟁」으로 규정하는등 북괴의 주장을 그대로 내걸고 있어 섬뜩한 불안감마저 자아내고있다.
이같은 대학가의 상황을 해방후의 혼란과 비유하고 더큰일을 당하기전에 온정적 시각을 버리고 냉철하게 대처하길 바라는 국민들이 점차늘어나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의 대학이 이지경에 이르렀는지」, 「우리사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할것인지」….
각계의 의견과 대책을 들어본다.
▲선우종원씨(68·변호사·전국회사무총장)=학원에서 반공포기·반탁비방등 북괴가 주장하는 노골적인 구호가 나오는 것을 보니 「올것이 왔구나」하는 느낌이다.
구호가 그처럼 똑같다는것은 우연이 아니라 일부 운동권세력이 외부의 조종에 놀아나거나 신념적으로 이미 추총세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떠드는 학생 모두가 그렇다고 할수는 없지만 학원에는 공산당 프락치가 깊숙이 침투해있다고 봐야한다.
48년 국회프락치 사건때의 양상과 흡사하다.
공산당의 전략은 공산조직의 내부침투방식인 간접침략과 무력을 사용하는 직접침략으로 나눠지는데 과거 남노당을 이용한 간접전술과 6·25라는 직접침략이 그좋은 예다.
김일성의 간접침략전술에 학원이 놀아나는 일이 없어야한다.
공산당이 흔히 쓰는 상징적 의미의「민주」니「평화」니 하는 용어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 그들의 이런 용어사용은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하고 혼란에 빠뜨리려는 함정이다.
과거의 경험을 교훈삼아 냉철히 대처하지 않으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건국대사태보다 더 엄청난 일이 일어날수도 있다고본다.
▲이상신교수(고려대 사학과)=학생들사이에 계층간의 문제를 놓고 자생적 좌경사상이 번지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그 책임은 우리 사회의 제도·정치등에도 상당히 있다고 본다.
좌경의 물결을 순화시키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인 빈부격차와 노동자·농민등의 저소득문제를 개선하고 정치적민주화를 이루어야 한다.
또 학생들의 부분적인 극렬주장은 이데올로기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그러한 주장의 바닥에 깔린 사회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교육적인 차원에서 지도해야 할것이다.
▲정용구씨(문교부 국민정신교육관)=오늘의 사태는6·25를 체험하지 못한 세대들이 공산주의가 우리의 생존권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로본다.
대학에서의 이데올로기 비판교육에 다소 소홀했던것도 학생들의 좌경화를 막지못한 한가지 원인이 될수있다고 본다. 앞으로는 중진교수들이 이데올로기 비판교육을 담당케하고 1·2학년의 국민윤리교육을 강화, 급진좌경사상에대한 건전한 비판능력을 키워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또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급진좌경사상 비판내용을 수록, 학생들이 쉽사리 좌경화하는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이제는 대학생 좌경화가 대학내의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전체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문제가 됐다.
▲홍성우씨(변호사)=정부는 운동권학생들의 계보와 숫자를 파악하고 이들을 격리, 조직을 와해시킴으로써 학원의 평화를 되찾을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될것이다.
좌경용공화를 막을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치유책은 그러한 풍토가 싹틀수 있는 현실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돼야한다.
부정과 부패, 경제적 불균등, 정치과정의 비민주성등 우리사회의 제반불만요인들이 척결된다면 이념의 과격성은 순치될 수 있다.
운동권학생들층엔 개인적인 의식의 차이가 있을수 있고 그안에는 좌경용공의 색채를 가진 학생도 있을수 있겠지만 그러한 성향이 운동권의 주류는 아닐것이다.
▲박인수씨(61·명예해주시장)=학생들의 용공·좌경화는 모든 실향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6·25를 겪지못한 젊은세대들이 너무 모르고 외부의 유혹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실향민들도 모이면 이 문제를 걱정하지만 뚜렷한 묘책을 찾지 못해 안타까와들 한다.
의식구조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므로 정부가 교육적 차원에서 장기대책을 세워야한다. 또 현재운동권학생들에 대해서는 근본 인식이 무엇이고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를 철저히 가려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학생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는 능동적 자세를 보이지 않고있어 안타깝다.
▲박완서씨(작가)=좌경·용공적 행동은 우려되는 일이지만, 극히 일부학생들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좌경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이데올로기문제에 대한 학문적인 비판의 폭을 더욱 넓혀줄 필요가 있다.
몇년전 북한신문을 본 일이 있는데 우리신문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학생들에게 공개하면 오히려 교육적인 자료가 되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빈부격차문제를 해결해 소외된 사회계층이 없도록 해야한다.
▲홍현익씨(27·서울대대학원생)=최근 학생들의 좌경화는 다양한 사회적 욕구가 구조적으로 충족되지 않는데있다.
급진좌경을 막기 위해서는 개혁요구를 수렴, 정책으로 실현시킬수 있는 서구식 사회민주주의정당도 필요하다고본다.
시위나 집회에 참여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은 현정권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이론화단계까지는 가지 못하고 감정적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치·사회적 민주화로 이들 세력을 흡수하는 개혁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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