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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정신문 서울 방배국민학교 2∼6학년 어린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사회속에서 태어나 자라는 오늘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부모세대와는 엄청나게 다른 삶을 살고있다. 물질적인 풍요속에 태어나, 치열한 경쟁시대를 살아가는 들 어린이들은 먹는것 입는것으로부터 생각·행동·소망 그 어느것 하나 달라지지 않은것이없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시리즈로 소개한다.
「무지개」「꽃수레」「꿈나무」「아롱다롱」「사랑의집」「호롱불」「똘똘이일보」「지영이네」「코끼리신문」「귀염둥이」「넝쿨」…. 어린이들이 다달이 펴내는 가정신문의 이름들은 자기이름이나 별명을 비롯하여 각자 좋아하는 낱말에서 따온것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무지개처럼 예쁘고 다양하다.
머리기사 제목은 대체로「TV는 하루 한시간씩만」「고운 말씨」「책을 많이」「물건을 제자리에」「편찮으신 할머니를 위해」등 가족회의에 관한 것들.
그밖에 이달의 동시·명언·속담풀이·토막상식·읽은책과 읽어야할책·꽃말·집안의 행사에다 나의 명상·나의 주장·나의 결심등 저마다 특색있게 꾸몄다.
4절크기의 스케치북에 연필·사인펜·크레파스·그림·물감·파스텔등 여러가지 도구로기사내용 못지않게 개성있는 모양으로 가정신문을 꾸며내는 주인공은 서울방배국민학교 2∼6학년어린이 3천여명.
신문이름 한편에는「펴낸이 주윤미/펴낸날 10월1일/도운이:없음」이라든가「만든이 강성구기자/만든날 시월 초하루/지도 어머니」등으로 한껏 신문의 모습을 살렸다.
이 가정신문들의 독자는 자기가족과 전교생.
『야, 스케이트 잘타는 민기삼촌이 다음달에 제대한대. 우리 이번 겨울엔 스케이트좀 가르쳐달랠까?』
『나도 수정이처럼 저책을 읽어볼래 』 『얘, 현우는 외채문제에 대해서도 꽤 많이 아는구나』 교실 복도에 나란히 걸려있는 친구들의 가정신문들을 들여다보며 어린이들은 마냥 흥미로운 얼굴들이다. 미처 몰랐던 친구네 집안사정이며 친구가 본 영화나 전시회 기사등이 모두 새로운 소식이고 한자·영어단어 ·수수께끼·우스갯말 등이 모두 재미있는 읽을거리이기 때문이다.
방배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저마다 가정신문을 펴내기 시작한것은 지난해 4월.
가족끼리의 대화를 늘리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넓히고자 김동휘교장은 2∼6학년 어린이 모두에게 가정신문을 만들게했다.
어린이가 주관하는 가족회의 내용을 중심으로 온가족이 함께 가정신문을 꾸미도록 유도한것.
이만규교감은『나날이 학부모들의 호응이 높아져서 요즘은 부모와 어린이가 서로의 생각이나 느낌과 생활을 훨씬 잘 알게됐다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4학년과 6학년짜리 딸을둔 김경수씨(38)는『늘바쁜 아이들 아빠도 가족회의에만은 꼭 참석해서 밀린 얘기를 나누려 애쓰고, 아이들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도 옛날 생활방식이라든가 예의·세시풍습등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시는 바람에 가족간의 대화가 아주 풍부해졌다』면서 『게다가 가족들 모두가 지난달을 돌이켜보며 다음달 계획을 세우게 되는등 가정신문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학교 유병국교사도『전인교육이 점점 어려워지는 형편에서 가정신문은 어린이들의 개성·창의성·자발성을 최대로 살리고 교과서이외의 지식도 늘릴수있는 좋은 교육방법』이라고 자랑.
가족간의 대화가 점점 아쉬워지는 현대의 가정생활에서 이같은 가정신문은 가족단란과 가훈실천 등에도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자 최근 서울 강남구청관내 50여개 국민학교와 일부 중학교등에서도 전교생이 가정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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