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홍수·가뭄 멋대로 조절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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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측은 지난21일부터 북한 내 최대규모인 금강산발전소건설을 위한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 발전소의 발전용량이 적어도 80만kw를 웃도는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북한측은 이 전력을 원산지역의 공장지대에 공급하는 한편 저수된 물을 인근 안변 일대에 농업용수로도 끌어다 쓴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공사기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북한측이 그쪽 수요에 의해 댐을 쌓고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우리에게 피해가능성이 없는 한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금강산발전소건설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댐의 위치와 엄청난 규모,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위해 가능성 때문이다.
북한측은 현재까지 댐 및 발전소의 위치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하지 않은 채 비밀리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북한측은 금강산발전소 건설을 위한 댐을 북한강과 금강천의 물줄기가 합류하는 강원도 창도군 임남리 부근에 설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최대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유수 량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이곳이 바로 두 하천이 합류하는 하류지역이며, 양쪽이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가장 적소라는 점이다.
그런데 댐 건설이 예상되는 지역은 휴전선에서 북으로 불과 1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리잡고 있어 우리에게 심각한 우려를 던져 주고 있다.
댐을 쌓게 되면 당장 염려되는 것이 북한강 상류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유량의 감소다.
또 댐 건설 후 본격적으로 물을 가두게 되면 그 양이 엄청나 만의 하나 이를 한꺼번에 방류할 경우에 따른 위험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만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내내 흐르던 물이 갑자기 끊기게 되면 동·식물의 생태계와 자연환경, 기상변화 등으로 하천이 황폐해지고 이에 따라 북한강유역의 주민들은 각종 전염병에도 시달리게 되리라고 한다.
댐의 건설로 대규모 인공호수가 생길 경우 주변의 기상변화가 뒤따르게 마련인데 예컨대▲혹한이 잦고 ▲일교차가 커지며 ▲서 리가 내리는 초상일과 종상일이 늦어지고 ▲안개일수의 증가에 따라 일사량의 감소와 습도증가로 농작물이 제대로 안 자라는 것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저수지에 가둬 둔 엄청난 물의 방류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관계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 북한측은 북한강으로부터 모인 물을 안변 쪽으로 돌리기 위해 30∼60km구간의 터널수로를 통해 저수된 물을 발전에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댐 수위를 3백50m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댐 위치가 고지대임을 감안하더라도 댐 높이가 적어도 2백m이상은 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최대저수능력이 무려 2백억t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소양호(29억t)의 7배 규모다.
또 최대저수능력의 4·5%에 지나지 않는 9억t의 물만 저수가 되더라도 우리에겐 커다란 위협이 상존 한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9억t의 물이 한꺼번에 방류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 84년9월 한강홍수 때(매초 3만t)의 10배인 매초 30만t의 급류가 밀어닥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2백억t의 저수량을 가정하면 1초에 평균2백30만t이 방류, 84년 홍수 때의 80배에 해당하는 수재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물들이 화천·춘천·의암·청평·팔당댐을 거친다 해도 수도권을 포함, 강원·경기일원은 상상할 수 없는 수마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30일 건설부가 추정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강원도 창도군 임남리 부근에 건설중인 금강 댐은 해발 약4백m의 북한강상류지역에 금강 천을 비롯한 9개의 하천 물을 집 수하는 것으로 빗물이 흘러 들어오는 유역면적만도 2천2백 평방km에 이르고 있으며 연간 약 15억t의 물을 집 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쪽지역의 수몰지역은 3백10평방km(약 3만1천 정보)가 발생하게 되고 이 가운데 1만6천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되는 것을 비롯, 43개소의 이·읍과 군사시설이 대거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금강 댐이 만수 위가 돼 2백억t의 물이 저수된 뒤 자연적 또는 인위적인 힘에 의해 파괴됐을 때는 높이 1백m정도의 거대한 물기둥 벽이 밀어닥치면서 초당 2백30만t의 수마가 엄습, 화천댐 등 북한강 5개 댐을 순식간에 파괴하는 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화천∼팔당간은 거대한 협곡으로 변해 커다란 수로역할밖에 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이번 성명에서 국가간에 걸쳐 있는 이른바 국제하천은 이해당사국간에 하천관리기구를 두고 협의에 의해 하천의 개발이나 이용을 통제해 온 관행에 따라 북한측에 금강산발전소의 건설을 즉각 중지하거나 규모를 줄일 것을 강력히 촉구했는데 북한측이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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