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30% 는 잘못골랐다|스웨덴 한림원, 선정과정 비화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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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누구는 어째서 노벨문학상을 받고 누구는 왜 받지 못하는가.
지난 80년간 수상작가 선정과정을 비밀에 붙여온 스웨덴 한림원이 최근 창립 2백주년을 기념해 출간한『노벨문학상』에서 그 진상의 일부를 밝혔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이자 문예학자인 「키엘·에스프마르크」 가 집필한 3백페이지짜리의 이 『노벨문학상』은 연대기식으로 역대 노벨상수상 결정과정을 비교적 비판적 안목에서 서술하고 있다.
「에스프마르크」 는 일반적으로 비판받아온 심사위원들의 편견·우둔함·이기성에 대해 철저하게 나름대로 분석하고는 그래도 수상작 결정의 3분의2는 옳았다고 주장했다.
또 마땅히 수상할만한 50명∼1백명 정도의 작가가 이 상을 받지 못하게 됐음도 시인하고 있다.
처음 10년간 수상작품은 거의가 타작이었으며 당시 생존해 있던 현대문학의 거장들,「톨스토이」「졸라」「입센」「스트린드베리」등은 심사위원들이 의도적으로 수상을 기피했다는것이다.
그래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대신 『쿼 바디스』의 「셴케비치」라든가「파울·하이제」 가 『「괴테」이래 최고의 독일시인』이라는 찬사와 함께 수상했다.
이렇게 된데는「알프레드·노벨」의 모호한 유언에도 이유가 있었다.
그는『이념적인 방향의』작품을 통해 뛰어난 활동을 한작가에게 문학상을 주도록규정했다.
스웨덴한림원은 문학상심사권한을 위임받으며 이 애매한 유언내용을 슬그머니 호도해 버렸다.
보수적인문학상심사위원들은 현실성·현대성을 선택하는 모험을 하려들지 않았다.
특히 「노벨」 유언의『이념적』이라는 스웨덴어표현「idealisk」 라는 말을 이상주의적이라는 뜻의「idealistisk」가 잘못 적힌것으로 당시 심사의원들은 해석했다.
이 이상주의적이란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들 자신이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덕성·품성및 국가·교회·가족·도덕에 대한 충실성을 뜻하는 것이었다.
「에스프마르크」 도 놀랐다고 지적했지만 「조셉·콘라드」「제임즈·조이스」와「버지니아·울프」의 이름이 수백명의 심사대상자중한번도 거론된적이 없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그래서 「에스프 마르크」도 「노벨」 이 「이념적」이란 말을 실제 어떻게 생각했느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표현에 대해 덴마크의 문학자 「게오르그·브란데스」 가 「노벨」 의 측근에게 물었던 서한이 20년전 공개됐었다.
이에 따르면 대자본가인「노벨」 은 칠저한 무신론자, 무정부주의자였으며『종교·군주제·결혼·사회질서에대해 비판적』인 「이념적」작품에 시상하기를 희망했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이 옳다면 스웨덴한림원은 애초부터 아예 허위에서 출발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설립자의 취지와는 그릇된 방향으로 결정하게 될것이다.<슈피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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