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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정신과 치료약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하다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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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뇌에 작용하는 정신과 치료약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증후군(ADHD) 등에 처방되는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이른바 ‘공부 잘하는 약’으로 둔갑해 수험생 사이에서 오·남용되는 증거가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최근 5년간 228만 명이 이 성분의 의약품을 처방받았다. 전체 처방 건수가 5년 새 약 10% 줄었는데도 만 16~18세에선 19~64% 늘었고, 특히 고3인 만 18세에서 수능시험을 앞둔 10월에 집중 처방받은 것은 청소년 오·남용의 분명한 증거다. 몇 년 전부터 수험생 사이에서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그릇된 소문이 퍼졌던 것이 이번에 실태가 드러났다.

 이런 현상은 의약품의 작용·부작용에 대한 수험생들의 집단 오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의약품에는 효능과 함께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메틸페니데이트는 우울증·만성피로 등에도 처방되는데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돼 엄격하게 관리된다. 그만큼 부작용과 의존성이 염려된다는 이야기다. 이 성분을 복용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돼 불면증·불안장애·강박증·행동장애·충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학업 집중을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혈압·심장병 증세가 있는 사람은 위험할 수 있다. 식욕저하를 일으켜 키 등의 성장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메틸페니데이트는 마약인 코카인이나 향정신성 물질인 암페타민보다 강도는 약하지만 효능은 비슷하다. 온 사회가 나서서 청소년의 오·남용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성분이 든 의약품이 주로 처방되는 정신과 등을 철저히 조사해 청소년에게 흘러 들어가는 경로를 원천 차단해야 한다.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에서 들여올 가능성도 있으므로 세관과 사이버수사대의 협력도 필요하다. 학교에서도 보건교육과 함께 학생들의 약물 오·남용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라나는 청소년을 비과학적인 오해와 약물 오·남용에서 지키는 것은 사회적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