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외된 중도입국 자녀, 우리말부터 제대로 가르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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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결혼·산업연수 등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이민자가 늘면서 함께 입국하는 자녀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중도입국 자녀’로 불리는 이들은 한국인과 재혼한 결혼이민자가 본국에서 출생·성장한 자녀를 한국에 데려 오거나 외국인 근로자가 입국 시 동반한 자녀 등이다. 여성정책연구원은 국내에 1만2000여 명의 중도입국 자녀가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별도 정책이 필요할 정도로 상당한 숫자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 대다수는 사회적 배려와 정부 보호정책의 사각지대에서 살고 있다. 한국 다문화가정 출생자를 지원하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이나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복지지원법 등에 중도입국 자녀와 관련한 규정이 미흡해서라고 한다. 이들의 과반수가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충격적 조사 내용은 이런 정책적 소외의 비극적인 결과일 것이다. 이런 소외를 방치하면 자칫 사회 부적응자로 남을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제대로 정착해 공동체 시민의 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는 일은 기본권 차원의 사회 과제다.

 관련 법과 제도를 손보는 일만큼 시급한 일이 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아동·청소년기에 학교라는 울타리는 교육은 물론 사회 적응과 인격 성장을 위한 마당으로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중도입국 자녀, 불법체류자, 난민 할 것 없이 체류 신분과 무관하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되 결석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물려 출석을 유도하는 영국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은 필수 과제다. 중도입국 자녀 밀집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통역교사나 한국어 교육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 능력부터 길러줘야 적응과 정착이 가능해진다. 독일이나 스웨덴은 학교에서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자국어는 물론 영어까지 가르친다. 글로벌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적극적인 배려다. 이런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도 가능하다. 지역사회에서 이민자 대상의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민이 일반화되는 시대, 공존을 위한 사회적 배려와 체계적인 적응 시스템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