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가슴 만지고 치마에 손 넣어" 잇따르는 성추행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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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담패설 녹취록 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잇단 성추행 의혹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는 제시카 리즈(74)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36년 전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트럼프에게 추행당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출판업체의 영업사원이었던 리즈는 승무원의 제안으로 비행기의 1등석에 트럼프와 나란히 앉게 됐다고 한다.

리즈는 “처음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트럼프가 식사를 마친 후 좌석 팔걸이를 위로 올린 뒤 내 가슴을 만지고 치마 속으로 손을 넣으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트럼프는 문어처럼 더듬었다. 그의 손은 어느 곳이든지 향했다”고 덧붙였다. 이 여성은 트럼프가 앞서 음담패설 녹취록을 해명하는 언론 인터뷰에서 “농담으로만 한 것일 뿐 실제로 그런 적은 결코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인터뷰에 응했다.

오하이오에 거주하는 또 다른 여성 레이철 크룩스(33) 역시 NYT에 “스물두 살 때인 2005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 타워에서 안내 담당자로 근무할 당시 트럼프에게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캠프의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전체 기사가 소설”이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트럼프가 과거 10대들의 미인대회인 ‘미스 틴USA’의 탈의실을 드나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1996년부터 미스 틴USA와 성인대회인 ‘미스 USA’ 등 미인대회를 주최하고 있다. 2001년 미스 애리조나 출신 타샤 딕슨은 CBS2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느라 나체 또는 반나체 차림인 소녀들이 있었는데도 트럼프가 막무가내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1997년 이 대회에 참가했던 4명의 참가자도 트럼프가 탈의실에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잇따른 성추문으로 지지율 격차는 굳어지는 추세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동부 오하이오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트럼프를 9%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오하이오 볼드윈월레스 대학이 유권자 1152명을 상대로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4자 대결에서 클린턴은 43%, 트럼프는 3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양자대결에서는 48%대 38%로 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관료 13명도 이날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토드 휘트먼 전 환경보호국 국장과 메리 피터스 전 교통부 장관 등은 공개 서한을 통해 “인종ㆍ종교 차별적 발언이나 의견이 같지 않은 이들에게 인신공격을 일삼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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