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할부 규제 2년 늦춰라|입법화에 전집물 출판계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방문판매·할부판매 등이 새로 제정되는 도·소매업진흥법에 의해 처음으로 법률적 규제를 방게 됨에 따라 이에 큰 영향을 받게될 전집물 출판계가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정부는 반강제적 방문판매나 할부판매의 부조리를 시정하기 위해 도·소매업진흥법(안)을 마련,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이번 국회서 통과되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이 법안의 골자는▲방문판매의 경우 소비자는 물건에 하자가 없더라도 5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고 ▲할부금을 내지 못할 경우 판매자는 21일 이상 독촉해야하며 ▲방문· 할부판매의 주요내용은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며 여기엔 서적도 포함된다.
이에 대해 출판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소비자가 5일 이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클링오프(냉각기) 제도다.
이기간이라면 왠 만한 책은 대강 볼수 있고 카세트 테이프는 복사도 할 수 있으며 아동용도서는 어린이들이 다 읽고 싫증을 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임인규) 는 전집물 출판계의 의견을 모아 최근 이를 당국에 전달했다.
출협은 이 의견서에서『현 단계에서 소비자 보호에만 입각한 법 제정은 자칫 자유경쟁 체제하에서의 기업활동에 지나친 규제를 함으로써 건전한 산업발전을 저해시킬 우려가 있다』 고 지적하고 『특히 다른 상품과 달리 지식정보의 전달기능을 지닌 출판물의 할부판매제도를 다른 상품과 동일하게 규제한다면 현 법에 보장된 출판자유나 국민의 알 권리 및 읽을 권리 등 기본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의견서는 이어▲현재의 할부판매 실태는 이제 겨우 신용사회로 가는 과정의 정착단계에 있으므로 산업보호 육성의 측면에서 법 제정을 최소한 2년간 보류하고 ▲법제정시엔 어느 한족의 일방적 보호가 아닌 생산과 소비의 양측 면을 고려한 형평의 원칙 하에 제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한편 출판계는 이 법이 제정, 시행될 경우 출판사와 독자간 마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자 의식과 함께 소비자 의식도 동시에 향상돼야할 때라고 보고있다.
대형 전집물 출판사들은 자체 독자 상당실의 기능과 판매자교육을 강화, 독자들에 대한 아프터서비스 경쟁을 벌일 것이며 영세 출판사들은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판매조직을 갖지 못한 전집물 출판사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이근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