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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재산. 소득 감시 받고 있다|탈세 막는 국세청 전산시스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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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8월 14일부터 국세청이 서울지역 7개 호화요정과 룸살롱에 대해 세무사찰을 실시, 이들 업소가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 업소는 국세청의 조사결과 85년 상반기에만 각각 7천만 원 이상 소득을 줄여 신고, 거액의 탈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실은 국세청의 전산시스템이 업소의 외형신고내용과 이들이 발행한 영수증을 대조한 절과 밝혀 낸 것이다.
각 업체들이 제출한 접대비 명세서(유흥업소에서 발행해 준 영수증)를 컴퓨터에 입력, 그 자료를 업소별로 집계해 신고내용과 비교해서 탈세사실을 밝혀 낸 것으로 컴퓨터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국세청이 갖추고 있는 컴퓨터는 모두 5대로 사이버 835 등 대형컴퓨터가 2대이고 나머지 3대는 중형컴퓨터다. 보조기억장치의 용량은 모두 2백67억 자로 국민 한 사람 당 6백 여자의 관련자료를 기억시킬 수 있는 방대한 규모다.
전산요원만도 9백 여명으로 국내 전산기관중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국세청 전산실의 컴퓨터에는 가구정보·소득정보·재산정보·사업자정보·법인정보 등 각종세무관련자료가 수록돼 있다.
2만3천여 개의 자기테이프 속에 수록된 보관관리자료가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탈세에 대한 철저한 추적을 가능케 해 세금을 빼돌릴 소지를 근원적으로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국세청이 축적하고 있는 자료에는 우선 세 가지 마스터파일(master file)이 있다. 마스터파일이란 개인의 부동산 소유상황처럼 수시로 변하는 내용까지 수록, 전체적인 개 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으로서 여러 전산시스템에서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집단이다.
가구 마스터파일은 비교적 부유층이라 할 수 있는 1백만 가구 5백만 명의 인적사항을 담고 있다. 즉 소득세 확정신고자(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어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사람)70만 명과 신규사업자 30만 명의 주민등록번호·이름·주소·가구주와의 관계 등 이 수록돼 있다.
이 파일과 따로 수록되는 소득자료를 대조하면 부부의 자산소득을 합산하지 않았거나 직장을 옮기면서 2중으로 소득공제를 받은 것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국세청이 갖추고 있는 또 다른 마스터파일은 세적 관리 마스터파일. 이 파일은 1백65만 명의 개인사업자 인적사항과 사업장의 기본사항 등 이 수록돼 있는 개인세적 관리파일과 법인세를 내는 4만3천9백여 개 법인의 세무관계자료, 대주주에 관한 사항이 들어 있는 법인세 적 관리파일로 나뉜다.
우리나라 모든 사업체의 기본자료를 담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지난 81년부터 축적해 온 부동산 및 재산취득 마스터파일이 있다.
이 파일은 토지·건물 등 부동산의 취득에 관한 모든 정보를 개인별로 모아 수록한 것으로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에 취득했는지 상세히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매달 각 시· 구·읍·면 등으로부터 20만 건 정도의 등기변동자료를 넘겨받아 만들어지는데 부동산이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다 하더라도 개인별 부동산 소유상황을 한눈에 알 수 있다.
85년부터는 내무부의 전국토지정보를 인수, 전국 토지·건물의 소유현황을 입력하고 있으며 골프회원권·중기·콘도·고급주택·고급승용차 등을 가진 사람도 입력, 관리하고 있다.
이 자료는 부동산 투기를 파악하고 상속세 과세물건을 찾아내는데 쓸모가 많다.
이중에서도 대기업과 그 관련인, 투기거래자 등은 특별 관리되고 있다.
마스터파일 외에도 국세청은 각종 세무자료를 입력, 데이터베이스에 수록하고 있다. 개인별 이자·배당·기타소득 등 원천자료와 부동산·사업·근로소득 등 온갖 소득자료가 전산시스템에 수록돼 소득세 결정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국세청은 각 업자로부터 10만원 이상의 세금계산서는 모두 제출방아 입력·관리함으로써 업체가 외형을 줄여 부가세를 포탈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이밖에 소위「블랙리스트」가 있다. 고지서를 받고도 세금을 내지 않아 결손처분 또는 부과철회 된 납세자·위장폐업 자·위장거래자·주류면허가 취소된 자. 폐업 자 등을 입력, 사후관리하고 있다.
부도를 냈으면서도 숨겨 둔 재산을 처분한 사실이 포착되면 결손처분이 취소되고 즉각 세금고지서가 나간다.
이처럼 납세자의 소득·자산은 컴퓨터에 의해 2중, 3중으로 크로스 체크되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구의 인적사항, 소득사항, 부동산 소유사항과 함께 업체에 관한 자료, 호화생활여부, 불성실납세자 여부 등 본인을 중심으로 한 가족 모두의 재산·소득사항이 국세청에 의해 추적·파악되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국세청은 87년 말에는 모든 납세자의 세무관련자료를 완전히 전산처리, 파일로 만들어 영구 보관할 계획으로 있다.
이렇게 되면 불법적인 지하경제를 제외한 전 국민의 수입·재산상태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게 된다.
전산자료를 바탕으로 부담능력에 따른 공평과세가 가능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모든 국민의 소득·자산상황이 행정기관의 관리하에 들어감으로써 개인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 탈세와 지하경제를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기능을 벗어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던져 줄 수도 있다. 마치「조지·오웰」의 소설『1984년』이 암시하듯이.

<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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