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 보호하는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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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5일 상오11시쯤 서울 방배3동 천호가든 연립301호 신민당 유성환 의원 집 앞.
국회발언과 관련, 구속영장이 신청된 유 의원 집 앞에는 동네주민들이 몰려 나와 증강 배치된 4백50여명의 경찰병력을 놀란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유 의원이 살고있는 연립주택 3층으로 으르는 복도계단에는 사복 형사가, 큰길에서 유 의원 집 앞까지 1백여m의 도로에는 전투경찰이 2중 3중으로 둘러싸 완전차단.
『도둑은 언제 잡으려고 이렇게 많이 들 몰려와 있지?』『그게 아니라 유 의원 용공발언에 항의하러 몰려올 사람들을 막기 위해 경찰이 동원됐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의 걱정과 점퍼차림의 40대 후반 남자의 말이 접점 없이 오갔다.
주민들은 30분쯤 뒤 유 의원을 만나러 오던 민추협회원 20여명이 큰길에서부터 경찰의 제지를 받다 10여분간의 몸싸움 끝에 간신히 차단 망을 뚫는 모습을 안쓰럽게 지켜보았다.
점심시간이 넘었는데도 취재기자들은 차단 망 밖으로 나가면 다시 못 들어 올까봐 근처 중국 집에서 자장면을 주문해 길바닥에 주저앉아 점심을 때웠다.
경찰의 저지로 끝내 들어가지 못한 신민당 원들은 통행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따지며 대들었으나 『상부의 지시라 할 수 없다』 는 경찰에 떼밀러 되돌아섰다.
하오 5시쯤 김동주 의원 등 신민당 동료의원 10여명과 3층 베란다에 모습을 나타낸 유 의원과의 대화.
『이봐, 유 의원. 당신 모습이 인질을 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테러범 같아』
『사방에 경찰이 깔려 있으니 그럴 법하지. 기념사진이나 한 장 찍어주시오』
이같은 실랑이 속에 나들이에 불편을 겪던 주민들은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앞이 보이지 않는 오늘의 정치현실이 안타까운 듯 어두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최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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