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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 NGO] 시민단체들 "시민 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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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말 경기도 광릉수목원. 올해부터 주부 녹색살림학교를 개설한 서울YMCA 녹색가게운동사무국이 1백여명의 주부와 함께 '생태기행과 천연염색 교실'을 열었다.

주부들은 푸른 숲 속에서 인공과 천연의 차이를 체험하며 강좌를 진행했다. 이 단체의 김지영(金志英.30)간사는 "교육이라기보다는 함께 하는 캠페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경기도 부평 ○○사단. 2백여명의 군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국소비자연맹측이 신용카드 소비자 교육을 벌이고 있다.

강정화(姜正華.46.여)사무총장은 "시민들의 참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올 들어 30여개 부대에서 교육했고, 앞으로 30여곳을 더 찾아갈 계획이다.

시민단체가 시민 곁으로 다가서고 있다. 구호나 성명서가 아니라 함께 호흡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현장체험이나 강좌.캠프.탐사 등을 통해서다. 새로운 경향이라면, 단체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주체가 돼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화연대가 8월 8일부터 개최하는 2003 문화캠프 '꿈꾸는 자, 세상을 움직여간다'도 마찬가지다. 참가자 35명은 캠프가 개최되기 전 몇차례 워크숍을 열고 아름다운 마을 꾸미기, 캐리커처 만들기 등 대안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은희(鄭恩熙.30.여)간사는 "캠프는 시민들의 참여 공간인 만큼 참가자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주도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준비모임에 참여한 박성욱(朴成煜.32) 씨는 "스스로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대안문화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이 다음달 강원도 홍천과 경남 남해에서 여는 캠프는 시민들을 생태 가이드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 스스로 산과 바다를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환경 지킴이가 되는 것이다.

이 단체의 최승국(崔勝國.39)협동사무처장은 "딱딱한 강의보다는 현장강좌나 캠프를 통해 의식이나 생활문화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정의시민연대가 다음달 12일부터 여는 '하늘지기'대기체험 여행도 시민들이 오염도가 높은 장소와 상대적으로 깨끗한 휴양지 등을 답사하며 대기오염 정도를 측정.비교한다.

열린사회시민연합에서는 지난 21~22일 주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천 환경교육과 우리 동네 들여다보기 강좌를 연 데 이어 8월에는 서울 도림천.홍제천과 한강, 갯벌 기행을 한다.

시민들의 참여도 적극적이다. 이지현(李知賢.31)서울환경운동연합 부장은 "29일까지 진행하는 '엄마와 함께 하는 자연밥상'캠프에 예상보다 많은 40가족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먹을거리와 건강에 대한 주부들의 관심을 반영해 앞으로 월1회 이상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당연히 캠프나 답사.강좌도 삶의 현장에서 부닥치는 구체적인 상황을 담는다. '환경과 정치'라거나 '환경과 역사'등 일반론 강의는 사라졌다. 이런 내용으로는 시민들의 앞선 환경의식을 따라잡기도 힘든 것이다. 대신 특정 야생화나 갯벌생물.담수어류 등 특화된 주제를 다룬다.

조재학(趙宰鶴.37) 열린사회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캠프.답사 등 참여 프로그램은 목표와 과정이 중요하며, 제대로 컨트롤되지 않으면 자칫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장,박종권 차장.강찬수 환경전문위원.이지영.김정하 기자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홍성호 차장.노유진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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