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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오락쇼프로「바이 바이 키플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9일밤 KBS제1TV를 통해 방영된 백남준씨의 비디오아트『바이 바이 키플링』은 몇군데 신기한 대목을 빼곤 백씨의 상상력의 한계를 드러낸 한편의 오락프로그램 이었다.
『우주오페라』『마르코폴로 이후의 최대 쾌거』라는 등 방영되기도 전에 무수한 찬사를 받았던『바이 바이…』는 백씨가 장담했던「동과 West의 만남」은 난삽한 비논리적 영상조작에 그쳤고, 여기에 사용된 전자기술 역시 84년의『굿모닝 미스터 오웰』보다도 낡은 기법뿐이었다
당초 이 작품은『동과 서는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영국시인「키플링」의 시를「예술」과「스포츠」의 영혼을 통해 파괴하겠다는 의도로 제작되었으나 여기에 사용된 스포츠 (아시안게임 마라톤)는『아시안게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는 뉴스로만 의미가 있었을뿐 전체적으로 현란하고 엉뚱한 영상의 흐름을 지루하게 끊어버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아울러 동서예술가들의 만남도「백남준사단」의 자기자랑에 그쳐버림으로써「예술교감을 통한 동서장벽 제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못했으며 이에따라 채희아씨의 푸닥거리, 정경화씨의 바이얼린연주, 황병기씨의 가야금연주 등도 미일과는 달리 생중계제작에 참여하지 못한「한국의 구색」을 갖추기 위한 소도구로 사용된 인상이 짙었다. 다만 사회자「딕·캬베트」, 전위음악가「필립·글래스」등이 출연한 뉴욕 WNET스테이션과 음악가「사카모토」, 디자이너「이세이·미야케」, 스모선수「고니시키」, 건축가「이소자키」등이 출연한 일본 TV아사히 스테이션이 TV화면을 반으로 쪼개 사과와 모자·맥주 등을 주고받는 영상조작은 미일 양국잔치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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