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발전도 합헌절차 통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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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사회의 다른 분야들은 꾸준히 발전해 왔음에 비해 정치는 오히려 낙후되어 사회를 불안케 하고 있어 송구하다.
그러나 3저의 호기 속에 수출은 신장되고 88올림픽을 통해 한국이 동서화합 터전이 될 것이므로 국민화합과 민족웅비의 기반은 확고히 다져졌다.
남은 과제는 오직 합의개헌을 성공시키고 평화적 정권교체의 전통을 우리 손으로 세우는 일이다. 소아 적인 당리당략에 얽혀 합의개헌에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할 때 불행히도 의회정치와 정당정치에 대한 국민적 회의가 더욱 고조되어 마침내 우리 정치인들의 존립 기반 자체를 위협할 것이며 정상적인 헌정질서는 파국에 직면할 위험성이 있다.
민정당은 의원내각제헌법으로써 사회 모든 세력의 공존공영을 보장하여 국민화합의 기반을 폭넓게 다지고 국가 흥륭의 대세를 뒷받침하고자 한다.
해방 후 국가를 건설하고, 6·25의 위기극복, 60년대의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는 통치의 효율성을 높여 주는 대통령제가 소망스러웠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다원화·다층화 되어 부문과 계층마다 이해가 크게 달라져 제나름의 발언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이처럼 다양성을 바탕으로 한 자율화·민주화를 충족하려면 의원내각제가 되어야 한다. 의원내각제 아래서는 정당들에 직접 연결된 사회의 각 부문과 국민 각 계층의 주장이 보다 신속·정확하게 국정에 반영될 수 있다.
또 산업사회의 그늘에서 반드시 성장하게 마련인 혁신지향세력이「체제 내적 이견 자」로서 건전한 비판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끔 의회제도 속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도 의원내각제가 절실히 요청된다.
의원내각제는 1인 장기집권을 막는 출발점인 권력의 분산을 보장한다. 의원내각제 아래 권력의 집중이 이뤄진 나라도 없지 않으나 우리처럼 경쟁적 복수정당제가 보장된 터에 민정당의 개헌안을 1당 제 국가에 빗대어「수상독재」라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
내 손으로 뽑은 국회의원이 대통령도 뽑고 대통령이 되기도 하며 수상도, 장관도, 문관도 되는 제도가 바로 내각제이므로 이는 국민의 정부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지름길이다.
한민당-민국당-민주당으로 이어오면서 예외 없이『의원내각제로 책임정치를 구현하자』 고 외쳤던 야당이 그 어느 역사적 시점보다 의원내각제가 절실히 요청되는 이 시기에 왜 이를 외면하는지 알 수 없다.
야당은 자신을 만년야당으로 묶어 온 강경 일변도의 무책임한「명분투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현행헌법으로 돌아가겠다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1인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것도 아니다.
야당은 어째서 국민적 여망인 헌특 마저 깨뜨려야 한단 말인가. 더욱이 제도권 밖의 이른바 실세대화를 구실 삼아 꼭 국회 밖으로 뛰쳐나가야 옳다는 말인가.
그뿐 아니다. 야당은 국민투표와 개헌에 관한 현행헌법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선택적 국민투표안까지 제의하고 있다. 심지어 선거관리내각의· 구성마저 제의하는 것은 헌정질서의 문란을 시도하는 발상이라는 점에서 수락될 수 없다. 민주발전도 어디까지나 합헌 적 절차를 통해 이룩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 둔다.
야당은 헌법을 무시하는 자세를 버리고 무조건 헌특에 돌아와야 한다. 우리는 합의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 의원내각제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당의 개헌안에 대한 타당한 수정제의를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우리 당은 의원내각제의 실현에 부수되는 법과 제도의 보완작업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입법조치와 정부조직법의 개정을 비롯한 행정제도의 개혁이 포함될 것이다.
특히 민주정치의 핵심은 어느 무엇보다 선거의 공정성에 있으며 특히 국회의원 선거의 공정여부에 있음을 충분히 감안하여 승자와 패자가 모두 흔쾌히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선거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민정당은 의원내각제 개헌을 바탕으로 정치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7대 국민복지정책을 골간 삼아 경제의 민주화에 접근하겠다.
비록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이기는 하나 조국의 분단현실과 산업사회의 그늘진 부분에 분노한 나머지 기성세대가 어려움 속에서 나라의 발전을 위해 바쳐 온 노력과 업적조차 부정하고 있는 사상적 조류를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의 민주화」 와 「경제의 민주화」로 사회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이상주의는 수렴하지만 체제전복 적 좌경폭력노선에 대해서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엄단하겠다.
우리는 갈등을 만들어 내고 확대시켜 국가발전을 가로막는 정치가 아니라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시켜 국민화합의 기반을 다지는 정치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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