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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대신 전국체전 금메달, 아버지 영전에 바친 서효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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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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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원

10일 제97회 전국체육대회 탁구 여자 일반부 개인전 결승전이 열린 충남 아산 호서대 체육관.

부상 딛고 탁구 개인전 2연속 우승
성탄절에 떠난 아버지께 늦은 선물
박태환, 200m 1분45초01로 금메달
리우 은메달 기록보다 0.19초 빨라

‘탁구 얼짱’ 서효원(29·렛츠런·사진)은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드라이브로 이은혜(21·대한항공)를 몰아부쳤다. 수비 전형 선수인 서효원이 이날은 기회만 오면 전광석화 같은 포핸드 드라이브를 잇따라 찔러넣었다.세트 스코어 0-2로 밀렸던 서효원은 이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3-2(6-11 9-11 11-3 11-7 11-9) 역전승을 거두고 지난해에 이어 전국체전 개인전 2연패를 달성했다. 일방적으로 밀리다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은 서효원은 “지금 당장 스코어에 연연하지 않고 ‘한 점씩만 따서 올라가자’고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준결승에서도 이시온(미래에셋대우)에 0-2로 뒤지다가 3-2로 역전승을 거둬서 자신 있었다. 질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효원을 키워낸 현정화 렛츠런 감독은 “효원이의 탁구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서효원에겐 올해 전국체전 금메달이 어느 때보다 값졌다. 서효원은 최근 1년간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1월만 해도 그는 세계랭킹 8위까지 올랐다. ‘수비 탁구는 안 된다’는 편견을 깨고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예쁜 미모 덕분에 ‘탁구 얼짱’이란 별명을 얻었고, 남성월간지 표지모델로도 나서 화제를 모았다. 서효원은 “탁구 얼짱이라는 별명이 듣기 좋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하루에 수백개씩 탁구공을 받는 훈련을 하다가 생긴 부상이었다. 그러면서 성적도 나빠졌다. 지난 3월 말레이시아 단체전 세계선수권에서 8강에 오르지 못했고, 6월 코리아 오픈 때는 일본의 16세 유망주 하야타 히나에게 3-4로 졌다. 각종 오픈 대회에선 대만·싱가포르·독일 선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팔꿈치 근육 힘줄이 미세하게 끊어지는 부상을 안고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선 개인전 16강, 단체전 8강에 오르는데 그쳤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서효원은 “내가 제대로 역할을 못해서 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세계랭킹은 올해 초 13위에서 10월 현재 25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엔 아버지가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서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자 했던 맏딸 서효원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이었다. 서효원은 “시합에서 지고 돌아와도 묵묵히 박수를 쳐주시던 따뜻한 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올림픽 끝나자마자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팔꿈치도 좋아졌다고 해서 더욱 운동에 집중했다”면서 “수비 탁구를 하는 어린 꿈나무 선수들이 많다. 꿈나무들에게 수비 전형 선수도 잘할 수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체조에선 양학선(24·수원시청)이 천안 남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기계체조 남자 일반부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5.012점을 기록해 금메달을 땄다. 지난 3월 오른쪽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부상을 당해 리우 올림픽에 나서지 못했던 양학선은 이날 금메달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수영 박태환(27·인천광역시청)은 자유형 200m 결선에서 1분45초01로 골인해 리우 올림픽 은메달 기록(1분45초20)보다 좋은 성적을 내며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11일 자유형 400m에서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아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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