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위 견인차…투기「한국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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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시안게임 후반에 한국이 중공과 종합우승을 놓고 의외로 놀라운 속도로 금메달 추격전을 벌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메달박스는 복싱·레슬링·태권도·유도 등 투기종목이었다.
한국은 이들 종목에서 강적 일본을 그야말로 납작하게 누르고 중공에 단1개의 금메달도 허용하지 않은채 전체 48개 금메달중 34개를 휩쓰는 막판기염을 토했다.
투기종목의 빛나는 성과는 홈매트의 잇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선수개개인의 강도높은 훈련을 통해 다져진 강인한 승부근성이 위세를 떨친 결과라 할 수 있다.
한국은 복싱에서 12개전체급을 석권하고 유도에서는 종주국 일본을 눌러 6개의 금메달을 따냈으며 태권도에서도 8체급중 7체급을 석권, 종주국의 위력을 과시했다.
또 레슬링에서는 20개중 9개의 금메달을 획득, 아시안게임 사상 전례없는 우세를 보였다.
「해도 너무했다」고 표현한 일본신문의 빈정거림이 터져나오게 한 투기종목의「한국바람」은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단일국가가 거둔 기록으론 유례가 없는 대기록이었다.
전체급을「싹쓸이」해 메달다량획득의 수훈감이 된 복싱은 판정에 이상이 있었던게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지만 실력대로 거둔 성과라는게 일반적인 결론이다.
복싱결승전에서 한국이 올린 전적은 KO승 1, RSC승 5, 판정승 5, 기권승1개 등.
당초목표 금7개를 크게 능가하는 이같은 호조는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상위권에 진출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온 전통을 지키려는 선수들의 강한 의지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종주국의 판도를 바꿔버린 유도의 쾌거도 강한 승부근성이 위세를 보인 결과.
일본에 2체급만 허용하고 6체급을 휩쓴 유도는 이번 대회에 대비, 일본선수들의 전력을 일일이 비디오 녹화해 분석하는 등 비장한 각오로「타도 일본」의 칼을 갈아왔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일본유도 참패가 승부에 대한 집념에서 일본이 한국에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레슬링의 위엄은 아시안게임에서 약세와 실패를 거듭했었던 전례를 하루아침에 깨버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번 대회의「이변」은 몽고의 불참도 원인이긴 하나 그동안 세대교체의 진통을 겪으면서 재기를 다져온 노력이 거둔 결실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투기종목에서 거둔 이같은 우세가 앞으로 계속될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주최국으로서의 잇점뿐 아니라 이번 대회를 겨냥한 각종 지원이 계속되리라는 보장이 없고 특히 각 종목의 우승자들이 대거 은퇴를 선언, 신진발굴이란 문제를 던지고있다.
복싱의 경우 문성길(문성길) 신준섭(신준섭) 김광선(김광선) 김동길(김동길) 권현규(권현규)등 금메달리스트5명이, 유도는 안병근(안병근) 하형주(하형주) 조용철(조용철)등 3명이 이미 은퇴의 뜻을 비쳐 신진발굴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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