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냄새 물씬한 「결혼행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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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아시안게임 문화축전이 6일 서울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시집가는 날』을 끝으로 모두 막이 내렸다.
『시집가는 날』은 한국의 거의 모든 창작 오페라가 비극을 주로 그린 오페라 세리아(정가극)인데 비해 희극을 다룬 오페라 부파(희가극)라는데 특색이 있다. 작곡가이기도 했던「장자크·루소」는 『오페라는 눈물보다는 웃음을 자아내게해야 한다』는 이론을 펴면서 희가극을 높이 평가한적도 있다.
박만규 대본, 홍연택 작곡 지휘, 오현명연출인 3막6장의 이 오페라공연은 전체적으로 연출이 좋았으며 주인공 미언역의 테너 박세원이 특히 고음의 포르테에서 극적인 효과를 냈고 여주인공 이쁜이역의 소프라노 전이순, 한씨부인역의 메조소프라노 김학남등이 감정이 깃들인 노래를 불러주었다. 또 맹진사역의 바리톤 김관동은 눈의 표정까지를 잘 표현해냄으로써 노래와 함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영수 지휘의 국립합창단은 장면에 걸맞은 세련된 노래를 들려주었고 최희선의 안무도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주었다.
작곡에 있어서는 영창이나 중창의 도입이 설득력 있었다. 심기묘사등을 하는 지문(출연자의 동작 표정을 설명한글)구실로서의 관현악부분이 좀더 구체화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운감도 없지 않았으나 전체적으로 이오페라에 어울리도록 부드럽게 이끌어갔다. 그리고 혼례를 올리기 위하여 신랑이 말을 타고 돌때의 반주음악은 오페라부파로서의 음악답게 독특한 리듬을 지닌 한국식 결혼행진곡이 되었다. 『시집가는 날』은 작곡자가 「스메타나」의 오페라 『팔러간 신부』와 같은 강렬한 국민주의 음악의 색채를 짙게 풍기려고 한 것 같지는 않으나 부분적으로 우리의 민속음악적인 요소가 자연스럽게 깃들어 있어 한국적인 오페라 부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무대배경이나 장치를 간소하게 하여 오페라의 효과를 낸 것도 높이 살만하다.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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