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드] 서민금융진흥원 출범, 서민금융시대 '활짝'…시너지 효과 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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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이 필요하던 자영업자 A씨(여⋅35)는 지난 5월 캐피탈의 높은 이자 때문에 서민대출상품인 햇살론을 알아보게 됐다. 그러나 햇살론을 취급하는 은행이 제각각이어서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아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A씨는 "햇살론 홈페이지에 취급은행이 농협으로 나와있어 직접 방문 했는데 거절당했다. 알고 보니 농협은행이 아닌 농협 단위조합에서만 취급하던 상품이었다"며 "새마을 금고 또한 지점마다 개별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은행에 먼저 전화를 걸어 물어본 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햇살론을 비롯해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기존 서민금융상품은 기관마다 운영하는 제도와 조건이 다르고, 용어도 어려워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정부는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자 지난달 23일 서민금융진흥원을 출범했다.

#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하나로 통합해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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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진흥원 출범식

서민금융진흥원은 미소금융, 햇살론,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등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서민자금지원 상품을 하나로 통합해 관리하는 서민금융 컨트롤타워다.

그동안 정부가 내놓은 서민금융 상품은 자영업자 창업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미소금융', 근로자 생계와 대환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등이다. 미소금융은 미소금융중앙재단(금융위원회), 바꿔드림론은 국민행복기금(캠코)에서 각각 관리했으며 햇살론은 농협, 수협 단위조합, 신협, 산림조합, 새마을 금고 등에서 취급했다.

서민금융 상품 별로 소관 기관이 다르다 보니 좋은 취지 임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생기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서민금융상품을 운영하는 기관이 단편적인 상담을 진행해 수요자가 자신에게 적합한 정책 금융상품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고, 조건이 맞는 상품을 찾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하는 구조였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정책금융상품을 한 곳에서 알아보고 빌릴 수 있게 했다. 지방자치단체, 고용⋅복지 플러스센터와 연계해 금융 지원과 취업지원, 복지 서비스 안내도 함께 한다. 대출금을 제대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취업 상담, 복지제도 안내까지 받는 식이다.

김윤영 초대 서민금융진흥원장(61)은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은 서민금융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하는 포털"이라며 "은행과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서민금융진흥원, 큰 기능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러나 일각에선 2년이라는 진통의 시간을 겪은 뒤 출범한 서민금융진흥원이 기존 상품만 모아놨을 뿐 큰 기능을 하지 못하리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방안으로 나온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안은 이해상충과 공무원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 때문에 국회 정무위원회조차 넘지 못했다.

정무위 문턱을 넘지 못했던 관련법은 계속 표류 하다 일부 내용의 수정을 거쳐 지난 3월 국회 본 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의 상품들을 모아놓긴 했지만, 그동안의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민간 기구들을 정부 주도로 통합해 만든 기관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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