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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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86서울 아시안게임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30억 아시아인의 제전에서 특히 빛나는 성공을 거둔 것은 우리 한국이다.
우리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는데 성공한 후 좋은 시설을 마련하고 훌륭하게 대회를 운영함으로써 세계에 약여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대회를 방해하려던 김포공항 테러와 같은 책동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의 불굴의 투혼과 고난 극복의 용기는 이를 모두 뛰어 넘었다.
그러나 더욱 뜻깊은 것은 아시안게임 자체에서 거둔 한국의 눈부신 성적이다.
한국의 2위는 아시안게임의 역사에서 보면 3번째의 쾌사로 새롭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대 강국 중공이 참여한 대회에서 처음으로 일본을 앞지르고 중공에 이어 종합2위를 달성한 한국의 진출은 명실상부한 약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공과 일본의 성과가 일부 종목에 편중된 데에 비해 우리는 22개 전 종목에 걸쳐 고루 메달을 획득했으며 탁구·하키·유도와 같은 종목선 세계정상에 올랐다.
그 약진은 온 국민을 흥분시키고 열광케 했으며 흔희작약하게 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저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세계인들로 하여금 한국을 다시 보고 재평가하는 기연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를 이기게 한 원인들을 분석하고 다시 미래의 웅비를 기약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할 것은 선수들 자신의 각고 노력이다.
승리의 금메달은 결코 저절로 굴러드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모두 잠들었을때 선수들은 홀로 일어나 땀을 흘리며 뼈를 깎는 훈련을 쌓았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해 동안에 걸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절차탁마 하였던 그들의 피땀어린 노고가 오늘의 영광으로 보상되고있음을 알아야 한다.
고통스러운 일, 힘든 일은 마다하고 그저 안일한 삶을 추구하는 오늘의 세태 인심 속에서 그들은 마치 수도자와 같이 피땀어린 자기연마로 인생을 아름답게 꽃피운 것이 아닌가.
메달리스트들은 거의 예외 없이 가난에 쫓기고, 때로는 병마에서 신음했던 선수들이었다. 그 모든 악조건이 이들에겐 도리어 호조건이었던 셈이다.
그들의 헝그리정신은 불우한 환경을 의지로 극복한 인간승리의 드라머의 원천이었다.
둘째는 스포츠 투자다.
훌륭한 선수는 천부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선수들이 마음껏 자기의 역량을 닦을 수 있도록 하는 시설과 환경조성, 그리고 과학적 선수 관리는 모두 충분한 투자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체육회는 LA올림픽이후 2년 동안 선수강화를 위해서만 77억원을 투자했다. 경기단체별로는 더 많은 투자가 있었다.
그만한 투자로 해서 우리는 아시안게임 2위의 성과를 얻었다. 더 많은 투자, 더 효율적인 예산관리가 우리 스포츠의 발전을 예고하리란 것은 넉넉히 짐작된다.
세째는 국민의 성원과 열망이다. 국민은 지금 정체와 중단을 원하지 않고 있다. 경제입국을 위해 지금까지 고통을 참으며 달려온 국민들은 발전과 향상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젠 굶주리지 않아도 되고 인간다운 삶을 누려볼 수 있다는 경제적 성취현실로 해서 국민들은 선진국 도약을 향한 새로운 에너지와 활력의 분출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좌절할 수 없으며 낙후할 수 없다는 국민적 기대는 경기장에서 뜨거운 애국의 함성으로 폭발했다.
아시안게임의 승리는 실상 이 같은 세 가지 요인의 합작품이다.
선수 자신의 노력과·정신적·물질적 지원이 스포츠사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러나 그것은 스포츠계의 진실만은 아니다. 인간사의 모든 분야에서도 그것은 진리다.
민주화고 사회발전이고 또 통일이고 간에 우리 앞에 주어진 모든 과제들도 이번 아시안게임 성공의 교훈을 온 국민의 마음에 새겨 반드시 이루고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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