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미국대사 “북 위협 대처, 모든 도구 쓸 의지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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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관련 협의를 위해 방한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운데)가 9일 판문점을 방문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판문점에서 하려던 대북압박 성명 발표 계획은 취소했다. 그녀는 오늘(10일) 윤병세 외교부·홍용표 통일부 장관 및 차기 유엔 주재 대사에 내정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등과 회동한다. 사진공동취재단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9일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고려 가능한 모든 도구(all the tools in our tool kit)를 쓸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 압박, 군사적 억지력 등 포함
핵개발 돈줄 막기 새 방법 찾는 중”
북 민생 목적 석탄 수출도 조일 듯
하나원·판문점 방문, 탈북자 만나

대북제재와 관련한 협의를 위해 방한한 파워 대사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여러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이처럼 말했다. 그는 “우리가 쓸 수 있는 도구엔 북한 고립을 위해 세계 각국을 설득하는 외교적 압박, 미국이 제공하는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파워 대사는 “내가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백하다”며 “그것은 미국이 한국만큼이나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런 위협을 다루는 데 한국과 나란히 갈 것이며 그 의지는 흔들림이 없고 철갑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워 대사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목적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집중 협의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협의 내용엔) 새로운 결의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이미 나온 제재를 어떻게 조여나갈지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가 한국과 일본에서 고위 관료들을 만나고 있는 동안 뉴욕에 있는 기술 전문가들(technical experts)은 북한이 핵 개발에 쓸 수 있는 물질과 경화(hard currency·핵 개발 자금으로 쓰일 수 있는 돈) 획득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 민생 목적의 석탄·철광석은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예외 조항도 대폭 축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복지에 대해 우려하며 예외 조항을 뒀는데 2270호를 이행하지 않는 방안으로 예외 조항이 활용되기도 했다”며 “지금까지 봤던 허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워 대사는 “어떤 결의안이든 완전히 시행하는 것은 회원국에 달려 있다”며 “한·미는 외교적 압박을 좀 더 가하기 위해 깊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등을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중국 훙샹(鴻祥)산업개발의 대북 불법 거래 등 적발 사례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해석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제재 동참 문제와 관련해 파워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한반도 비핵화에 단합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결의안 도출과 기존 제재안 이행에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파워 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탈북민 정착교육기관인 경기도 안성의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를 찾아 탈북민들을 만났다. 이어 미 각료급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판문점도 방문했다.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의 판문점행 자체가 상징적인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했다.

파워 대사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북한 아동 25%가 만성영양결핍으로 인한 발육부진을 겪고 있는데도 북한은 불법적 무기 프로그램에 모든 자원을 들이고 있다”며 “자국의 아이를 키우기보다 무기를 키우는 정부”라고 비판했다.

유지혜·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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