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다한 선수에겐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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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일 밤 잠실체육관에 오성홍기가 올라가고 중공국가가 울려퍼지는 순간 나는 메달수상요원으로 선정된 것이 그렇게 후회스러울 수 없었다. 우리가 멋지게 이겨 금메달을 자랑스럽게 목에 걸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경기전에 성정아는 입원해있고 문경자도 뛸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운영요원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강지숙·정미라 언니들과 크게 걱정을 했었다. 지숙언니는 『네가 은퇴를 1년만 늦췄더라도 오늘경기는 쉬울텐데 』 라며 숫제 지게되면 모두 내 책임이라며 농담을 한다.
우리팀은 전반전에 너무나 눈물겹도록 잘 싸웠다. 그러나 후반 들어 결국 역부족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팀은 볼이 외곽에서만 돌다 가운데에는 전혀 투입이 되지 못해 찬스가 제대로 나지 못했다. 코트로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화순이가 은메달을 목에 걸며 눈물을 글썽일 땐 나도 함께 손을 잡고 통곡을 하고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그의 뜨거운 마음을 안다. 우리는 중공에 당하기도 했으나 많은 아픔도 주었었다. 작년 여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준우승할때, 이어 같은 해 이맘때 그들의 땅 상해에서도 멋지게 역전승을 장식해 그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얼마나 기뻐했는가.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는 스포츠의 철칙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7년간 대표생활을 해왔고, 나는 그보다 3년을 더 태극마크의 유니폼을 입었었다. 그래서 우리는 무수한 승부를 펼쳐 승패에는 어느정도 무신경한 면을 갖고있다. 따라서 그의 눈물은 패배한데 대한 슬픔 때문만이 아닌 것이다.
지난여름 모처럼 시간을 내 후배들이 땀을 흘리고 있는 태능훈련원을 찾아갔었다. 그때 선수들은 그렇게 반가와할 수가 없었다. 『언니가 떠나고 나니까 외로와요. 코트에 나서면 혼자 낙오생이 된 듯한 기분도 들고. 언니들이 은퇴하고 나선 자신과의 싸움이 더 힘들어졌어요.」 김화순의 말이었다.
내일라도 그를 만나면 중공팀의 송효파 코치, 그리고 우리나라 수영의 히로인 최윤희의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송효파를 이번 대회 직전 만나보고 나는 솔직이 많은 감명을 받았다.
그는 나이도 엇비슷하고 현역시절 코트에서 자주 만나 대결했다. 그는 왜 결혼을 안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농구가 싫증날때 결혼을 하겠다. 지금은 현역시절 이상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가볍게 대답했다. 그는 LA올림픽과 상해대회의 좌절이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나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말이었다.
또 서울 아시아드의 꽃 최윤희는 우리농구팀과 묘한 대조를 보인 선수다. 4년전 뉴델리대회때 우리팀이 중공에 의외로 패했을때, 윤희는3관왕의 영예를 안고 최고의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2년후 LA 올림픽에서 우리는 은메달을 따내는 괘거를 이룩했고, 윤희는 예선탈락이라는 슬픔을 안았다.
또 2년이 지난 서울 아시아드에서는 다시 입장이 바뀌고 말았다.
「인생은 미완성」 이라고 누가 노래하듯이 승부의 세계도 돌고 도는 것인가 보다.
또 다른 얘기지만 이번 대회기간 중 나는 농구외의 경기는 TV로 볼 기회밖에 없었다. 탁구· 체조 등에서 10대의 어린 우리선수들이 불같은 투지로 금메달을 차지할 때 눈물이 나도록 기쁘고 고마왔다.
온 국민들은 열광 속에 빠졌고 매스컴은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승리자가 있으면 패배자가 있는 법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25개 전종목에 출전했으므로 메달리스트보다도 탈락한 선수가 훨씬 많게 마련이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그들은 오랫동안 피눈물 나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실패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젊고 그들의 앞에는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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