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과 정신의 균형을 추구-중공당중앙위 행동강령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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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8일 중공당 제12차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 전회)가 채택한 「사회주의 정신문명건설지도방침 결의안」은 중국적 특성을 갖춘 사회주의(중국식 사회주의)를 이념적으로 규정짓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중공계 매스컴들이 이를 「강령성문건」(홍콩대공보) 또는 올해를 「사상문화년」(북경요망지)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결의안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에게 생소한 「정신문명」이라는 말뜻은 공중도덕(Public morality) 혹은 사회적 기풍을 의미한다.
중공이 79년 이후 추진해온 경제개혁을 「물질문명」으로 부르는 것과 대칭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마르크스주의에 자본주의 장점을 접목한 「중국식 사회주의」는 경제적부강(4개 현대화), 정치적 민주화(정치개혁)에 문화면에서 고도문명이 보강된 체제를 담으려한다.
이번 결의안은 정신문명건설뿐만 아니라 경제개혁과 정치체제개혁 등 3개 분야를「견고해 움직일 수 없는 것」(견정부이)이라고 선언한 것에 주목해야한다.
이 결의안은 대외개방정책을 움직일 수 없는 기본국책임을 재확인하고 물질문명에 맞춰 정신문명을 동시에 건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공이 정신문명을 강조하는데는 그 나름의 배경이 있다.
개방정책으로 국민들의 소득은 높아졌으나 「향전간」(금전제일주의)을 근간으로하는 여러 가지 경제범죄와 정신적 타락, 그리고 아직도 중공사회구석구석에 자리잡고 있는 봉건주의와 관료주의 폐해 등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등소평·호요방·조자양·이선념·진운 등 중공의 최고실력자 5명이 주재하는 가운데 이 결의안이 통과된 것은 또 개혁·보수 양파간의 타협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보수파의 대표적 인물인 진운이 주장해온「자본주의의 추악하고 퇴폐적인 면을 단호히 배격한다」 는 구절도 주목된다.
보수파들이 개방정책에는 원칙적으로 이의가 없으면서도 그 추진범위와 속도에서 의견을 달리한다는 시사는 여러번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 결의안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모택동 사상이 중공의 현대화 및 사회주의건설에 중요하다고 선언하면서도 선진자본국가 등에서 선진과학기술과 지식을 취득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강조한 것은 바로 실용주의노선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1백99명의 중앙위원과 1백26명의 후보중앙위원들이 참석한 이번 6중 전회는 또 「포스트등」 시대의 계기를 가름하는 제13차 전당대회를 내년 10월 개최키로 결의했다.
이13차 당 대회에서는 중앙위원회, 중앙고문위원회 및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등 3대 주요기구의 인선을 새로 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13차 당 대회에서는 등소평 자신의 은퇴 등 최고위층인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차 당 대회는 「방」(실용주의 노선)이 계속될 것인지 「수」(이념을 중시하는 보수파노선)의 기운을 보일는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대회가 될 것이다. <박병석 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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