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트럼프 이번엔 '음담패설'…대선 치명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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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부인 멜라니아를 소개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에게 닥친 ‘고난의 행군’은 언제쯤 막을 내릴까. 여성차별 발언 등 잇따른 막말 파문에 이어 이번엔 트럼프의 육성이 담긴 ‘음담패설 녹음파일’이 등장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트럼프와 미 연예매체 ‘액세스 할리우드’의 빌리 부시가 지난 2005년 버스 안에서 나눈 외설적 대화 내용의 녹음파일을 입수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이 파일은 현재 부인 멜라니아와의 결혼 몇 개월 후인 2005년 10월 녹음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전했다. 당시 트럼프는 59세였고 드라마 카메오 출연을 위해 녹화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는 당시 버스 안의 사람들에게 유부녀를 유혹하려 한 자신의 경험담을 저속한 용어를 써가며 쏟아냈다. 그는 ”접근을 시도했는데, 그녀는 결혼한 상태였다“며 ”어느날 그녀를 보니까 커다란 가짜 가슴에 얼굴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녹화장에 도착한 후에도 트럼프의 음담패설은 계속됐다. 트럼프는 마중 나온 여배우 아리안 저커에 대해선 “와”라는 감탄사를 내뱉은 뒤 “혹시 키스를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경우에 대비해 (입냄새 제거용 사탕인) ‘틱택’을 좀 써야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자동으로 미인한테 끌린다. 그냥 바로 키스를 하게 된다. 마치 자석과 같다. 그냥 키스한다. 기다릴 수가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 CNN은 WP의 보도를 인용하며 “이 사건으로 트럼프는 끝장났다”고 분석했다. 음담패설 보도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형 추문에도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트럼프도 “개인적 농담이었다”며 즉각 사과할 만큼 이번 사건에 따른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공화당 내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레인스 프리버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의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어떤 여성도 이런 용어로 묘사돼서는 안된다”며 트럼프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프리버스는 친(親)트럼프 인사로 꼽혔으나 트럼프의 막말 사태가 계속되면서 트럼프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김백기 기자 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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