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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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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지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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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문화부

큰애가 중3 때 일이다. 담임 선생님이 갑자기 결근을 하셨다. “선생님 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간병휴직을 하실지 모른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간병휴직’이란 제도를 처음 알게 됐다. 교사·공무원은 병에 걸린 가족을 돌보기 위해 최대 3년까지 간병휴직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중3인 둘째는 지금껏 ‘임시 담임’을 세 번 만났다.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그리고 중학교 2학년 때다. 세 번 모두 담임 교사의 질병휴직이 이유였다. 각각 허리 디스크와 유산, 성대 결절로 2∼6개월씩 교단을 떠났다 복직했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의 휴직은 당황스러운 일이다. 학년 초 어렵사리 안면을 튼 담임 교사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부터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이들 마음도 흐트러지게 마련이어서 임시 담임이 맡은 반은 ‘문제반’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그래서 휴직한 교사를 두고 “무책임하다”며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직장인의 관점에서 합법적인 휴직은 남이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개인의 행복도 지킬 수 있는 직장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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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얼마 전 전국 초·중·고 교사의 50.6%가 자녀 수 2명 이상인 ‘다자녀 가구’를 꾸리고 있다는 통계 자료가 발표돼 화제가 됐다. 조사 대상엔 미혼 교사도 포함돼 있어 실제 기혼 교사 가정의 다자녀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합계출산율 1.24명’ 시대에 이례적인 수치다. 이유는 전문가가 아니라도 금세 추론해낼 수 있다. 보장된 정년과 자유롭게 휴직할 수 있는 분위기, 이른 퇴근 시간과 방학 등의 근무 조건이 출산율을 높인 것이다. 아이를 흔쾌히 낳아 기를 만큼 삶이 안정적이란 얘기다. ‘좋겠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하지만 언제까지 교사를 육아 고민 적은 ‘특수직업’ 취급하며 부러워만 할 순 없다. 교사의 근무 조건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정원 육아정책연구소 연구기획평가팀장은 “다른 직장에서도 복직에 대한 걱정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고 유연근무제가 도입돼 오후 5시쯤 퇴근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이 조성되면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 출산율 제고의 열쇠인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출산 장려책은 경제적 지원과 보육시설 확충에 너무 치중하는 모양새다. 지난 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 자리에선 아이를 낳으면 1000만원을 주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1000만원에 마음이 솔깃해져 출산을 결정할 예비부모는 없다. “얼마면 되겠니”로 마음을 살 수 없는 건 남녀 사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이지영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