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긴급'없는 긴급 전력화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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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군이 착수한 긴급 전력화사업 29건 중 20건이 예산 배정을 받고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국회 국방위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5일 밝혔다.

국방전력업무훈령(28조)에 따르면 긴급 전력화사업은 특정 위협에 시급히 대응하기 위한 무기 체계도입을 말한다. 결정된 후 2년 이내 사업을 완료해야 한다. 김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받은 ‘2010년 이후 긴급 소요 사업현황’에 따르면 ▶당초 계획보다 전력화가 지연된 사업은 8건 ▶사업 자체가 미뤄진 것은 7건 ▶사업 중단은 2건 ▶사업 일정 재수립, 사업 변경, 선행연구 준비 중인 것이 각각 1건이었다. 배정받은 예산을 낭비한 것은 아니지만 주먹구구식 사업 추진으로 시급한 전력 확충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례를 보면 군은 2010년 북한이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기 위해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장착한 무인 비행선을 서해 최북단에 투입하는 계획이었다. 긴급 사업자금으로 예산 240억원을 배정받았지만 군은 지난 1월 긴급 전력화사업에서 제외시켰다. 전술비행선 개발을 맡은 업체가 개발에 실패한 뒤 방사청이 지원된 개발비 135억원을 환수하면서 사업은 백지화됐다. 그 결과 군은 여전히 서북도서 감시 전력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대잠ㆍ대함 정찰 능력 강화를 위해 2010년 추진한 해군 함정용 무인항공기(UAV) 성능 개량 사업 역시 182억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실패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오스트리아와 프랑스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시험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난 3월 재입찰을 실시했다"며 “시험 평가를 거쳐 11월까지 최종 납품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14년 긴급소요로 결정된 6건의 사업은 2년이 지난 현재 1건도 전력화하지 못했다. UH-60 블랙호크 헬기의 내부 방탄화 사업, 전투원용 무전기 개발 사업 등이다.

김 의원은 “긴급소요 사업의 부실 원인은 군이 이 제도를 악용해 선행연구 등 사전준비를 제대로 하지않고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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