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김기섭-16세 라몬|노련과 패기의 명승부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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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인전 우승을 다툰 김기섭-「라몬」전은 그야말로 시소. 결국 연장전까지 가는 드러매틱한 승부를 연출했다.
47세의 노련과 16세 패기의 싸움은 지구력으로 승부가 났다.
16번홀까지 토틀2오버파로 3타 앞서가던 김을 수렁에 빠뜨린것은 17번 미들홀. 김의 티셧은 어이없게도 빤히 보이는 왼편 경계밖으로 떨어져 OB(2벌타).
여기에 힘이 솟은듯 「라몬」은 버티를 잡아 더블보기의 김과 기적같은 타이를 만들었다.
앞서 l2번홀 그린에서 볼을 옮겨놓은채 퍼팅했다가 2벌타를 먹은 「라몬」으로선 정말 기사희생을 한 셈이다.
18번의 긴 미들홀에서 파플레이로 비겨 결국 연장전. 그러나 극도로 지친 김은 셧과 퍼팅이 흔들려 보기를 범한 반면 「라몬」은 깨끗한 파로 마무리, 4일간 20여시간의 승부는 1타차로 역전되고 말았다.
○…『우승하리라고는 생각도 안했는데요』 16세의 중학생 「라몬」은 앳된 얼굴에 방글방글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라몬」은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보내는것 같았다』며 『한국의 금을 가로챈것같아 미안하다』고 인사를 잊지 않았다.
7살때 아버지의 골프치는 모습에 흥미를 느껴 골프를 시작한 「라몬」은 국교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84·85년에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골프의 천재.
한편 김기섭은 『금메달을 따 모국에 마지막 봉사를 하려 했는데…』라며 침통한 표정.
일본에서 출생한 김기섭은 뉴델리아시안게임을 비롯, 5회나 국가대표로 출전한 23년 경력의 베테랑.

<일에 6타차로 금>
한국이 골프남자단체전에서 우승, 9번째 금메달을 추가했다.
또 47세의 재일동포 노장 김기섭은 이 대회 최연소자인 「부로비오·라몬」(16·필리핀)과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끝에 1타차로 뒤져 개인전 은메달에 머물렀으며 「라몬」은 필리핀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었다.
김기섭·김성호(김성호·28) 곽유현(곽유현·25) 김종필(김종필·23)등 4명으로 구성된 한국남자골프팀은 22일 제2라운드부터 선두로 나서 사일 최종4라운드에서 5오버마 2백21타를 기록, 토틀 8백78타로 2위 일본을 6타차로 제치고 여유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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