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한 감격의 새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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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탁구가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요지부동이던 세계 최강 중공의 벽을 거뜬히 무너뜨린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도 중공을 이길수 있으리라고 막연히 꿈꿔왔던 것은 사실이나 정작 현실로 펼쳐지고 보니 그 감격이란 필설로 형언할수 없을 정도다.
이날 한국선수들은 신들린듯이 멋지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김완의 서브와 백핸드스매싱은 그야말로 불꽃을 일으켰고 안재형도 강한 드라이브 공격과 쇼트가 돋보였다.
반면 중공선수들은 왠지 몸이 무거워보였고 중공탁구의 전유물인 빠른박자 속공도,경쾌한 푸트워크도, 위력적인 서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첫 번째 게임에서 안재형이 「젠신화」를, 두번째 게임에서 김완이 「휘준」을 각각 꺾고 2-0리드를 잡으면서 「이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5번째 게임에서 안재형이 중공의 에이스 「장지아량」을 쉽게 누르자 「이겼다」는 확신이 섰으나 워낙 상대가 중공이고 보니 떨리기만 했다.
중공이 「장지아량」과 함께 세계1,2위를 다투는 「첸룡찬」(진룡찬)을 기용하지 않은 것은 이상했다.
「첸릉찬」이 뛰었더라면 우리선수들이 더욱 고전했을 것은 틀림없다.
중공은 한국을 얕잡아보고 「첸롱찬」을 개인전에 대비해 아껴두었던 것일까. 아니면 어디가 고장이 났었을까.
아니면 85년세계대회에서 「첸롱찬」이 김완과 안재형에게 각각 한번씩 졌던것이 꺼림칙해서 뺐을까.
중공감독이 입을 다물고 있으니 아무도 알수 없는 일이다.
중공팀은 4-1로 뒤진 순간에서 내리 3게임을 따내 4-4 타이까지 만들었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중공의 저력은 역시 대단했다.
끝까지 분전한 우리선수들과 이들을 효율적으로 뒷바라지해온 코칭스태프에게 모든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에 중공을 꺾었다고 해서 다음번에 또 이길수 있다고 방심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록 승부에는 패했으나 아직까지 중공의 전력은 우리를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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