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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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레이건」이 「고르바초프」를 처음 만났을 때 좀 어색했던 모양이다. 작년 11월 제네바에서 있었던 일이다. 「레이건」은 농담을 시작했다.
-소련사람하고 미국사람 둘이서 소련과 미국이 무엇이 다른가를 토론하고 있었습니다. 먼저 미국사람이 얘기했지요. 『나는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 「레이건」의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당신의 국가정책을 좋아하지 않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소련사람은 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도 그럴 수 있소. 정치국 사무실로 들어가 「고르바초프」의 책상을 주먹으로 광 치며 「나는 레이건이 미국을 운영하는 방식을 찬성하지 않소!」라고 소리칠 수 있단 말이오.』
지난 18일자 미국의 월 스트리트저널지는 그때 「고르바초프』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에 관해 선 얘기가 없다.
익살꾼으로는 「J·F·케네디」를 빼놓을 수 없다. 1958년 그가 한창 상원의원 선거운동을 하고 다닐 때 그의 아버지가 자금을 물 쓰듯이 대주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한 유세장에서 그의 아버지로부터 이런 전보를 받았노라고 얘기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필요한 표수에서 단 한 표도 더 매수하지 말아라. 엄청나게 표를 많이 받으면. 어떻게 다 지불을 하란 말이냐.』
「L·B·존슨」 대통령이 월남전에 휘말려 골치를 앓을 때 「F·처치」 상원의원이 찾아 왔다. 누구보다 월남전에 비판적인 정치인이었다.
『당신은 어디서 그 아이디어를 얻소?』 「존슨」대통령이 물었다. 『「월터·리프먼」(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이 얘기해 줍니다.』
「처치」의원의 대답을 들은 「존슨」은 말했다.
『다음에 당신 출신지에 댐을 건설하려거든 「리프먼」에게 부탁하시오.』
요즘 「G·포드」 전 미국 대통령은 미시간주의 그랜드 래피즈에 있는 포드가 박물관에 미국의 유명한 만화가, 정치인, 재담가들을 초청해 「정치인의 유머」에 관한 「대회의」를 주재했다. 정치판에 웃음을 공급하고 싶다는 「포드」의 말이 새삼 인상적이다.
때때로 AFKN-TV에 소개되는 미국 의회 연단을 보면 눈에 불을 겨고 열변을 토하는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유머를 양념으로 섞어 얼음장같은 분위기를 깨놓곤 했다.
이들의 정치는 싸움이 아니고 토론이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그의 스피치 라이터(연설문작성자)를 고를 때 제일 먼저 유머감각을 본다. 본인이 타고난 재주가 없으면 남의 재주라도 빌어서 정치를 부드럽게 만든다.
당장 하늘이 무너지고 당이 꺼질 듯한 긴장과 목을 죄는 듯이 각박한 정치를 하는 어느 나라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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